작성일 : 18-01-22 11:20
[기획시리즈] 도로의 미래 가치 (제123호)
조회 :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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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도로

도로의 역사는 사람이 만들었다. 태초부터 사람은 이동해 왔고, 이동을 통해 생을 영위해 왔다. 이동을 하면서 사람은 행복감도 느낀다. 우리의 삶은 도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으며, 도로를 통해 사회를 형성하고, 문화생활을 즐기고, 도로를 이용하여 경제적 부를 만들어 왔다. 차와 도로의 발달로 고속 이동이 가능하게 되어 인간의 활동반경이 확대되었고, 경제활동이 빈번해지면서 나라와 국민이 풍요롭게 되었다.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향후 30년이나 100년 후를 생각하더라도 도로의 물리적 성질이나 역할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직장으로 가거나 자녀가 학교로 가거나 친구나 친지를 만나러 가거나 몸이 아파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거나 장을 보러 쇼핑센터에 갈 때도 도로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걸어서 가든, 자전거를 이용하든, 차량을 이용하든 도로를 이용하는 일상적인 활동은 여전할 것이다.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화물차의 수송은 물론이고 국제교역을 위한 컨테이너 수송도 계속될 것이다. 도시를 벗어나 다른 도시나 지역으로 갈 때에도, 국립공원이나 관광지로 갈 때에도 차량을 타고 도로를 이용하는 활동은 여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에도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도로의 가치가 유지되거나 만들어질 것이다.


도로의 기본적 가치

도로의 발달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국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한 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도 도로가 자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는데 많은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작용하였겠지만, 도로가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중요한 성장동력이 되었다. 2017년 CNN의 Will Ripley 기자가 북한을 취재한 프로그램(Secret State : Inside North Korea, 2017.9.14)을 본 적이 있다. 취재진이 평양에서 원산까지 약 200km를 5시간 걸려 이동했다고 한다. 그 곳에 살짝 비친 도로는 너무 부실해 보였다. 시멘트 포장길로 양방향 2차로 정도였는데, 중앙차선도 없었다. 더욱이 오고가는 차량의 모습도 별로 없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엿본 도로는 북한의 인프라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필자는 2008년 7월에 당일치기 개성여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개성 시내에서 박연폭포로 가는 길은 왕복 1차로 시멘트 길이었다. 시내에서 차량을 본 기억도 별로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의 도로사정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한편, 2017년 9월 영국 BBC(2017)에서 남한과 북한을 비교하는 자료를 보여주었다. 북한의 도로연장은 25,554km에 포장률은 3%, 남한은 99,025km에 92%로 나와 있었다. 가구당 GDP는 남한과 북한이 1974년경까지는 비슷하였으나, 그 후 격차가 벌어져 2010년에는 10배 이상으로 나와 있었다(그림 참조). GDP에 관련된 경제적 요소가 많을 것이지만,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의 경제적 기여를 어느 정도는 설명해 주는 것 같다. 같은 시기에 북한에 세 명의 지도자가 대물림을 하였고, 남한에는 12명의 지도자가 자리 바뀜을 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독재와 민주정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북한이 핵개발 대신에 도로나 철도,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를 제대로 해 왔다면 남한과의 경제력 차이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실정을 이해하게 되자, 도로가 갖는 미래의 가치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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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복지정책이 중시되어 도로 예산이 감축되는 상황이지만, 도로는 경제적 자산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미래에도 우리의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되므로 지속적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유지관리 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경제적 가치가 중시되어야 하는 도로의 기본적 역할을 고려한다면, 향후 도로정책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은 혼잡비용을 야기하는 상습정체구간의 해소라고 볼 수 있다. 도로 예산이 제한적이지만, 정체구간을 해소할 수 있는 도로신설과 용량증대 정책은 필요하다. 정체구간을 해소하는 도로사업은 경제적 타당성도 높을 것이고, 도로이용자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으므로 환영받을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자유로운 이동의 가치

2017년 말 전국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약 2,250만대이고, 자가 승용차는 76%인 1,712만대이다. 차가 많은 만큼 이동도 많아 도로 곳곳이 정체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상습정체구간1)을 인지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정체구간은 평시에 비해 긴 시간을 이동하게 된다. 윤서연 외(2015)는 교통정체의 현실을 실감나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2015년 5월 22일(금)부터 24일(일)까지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비봉IC~송악IC 구간(38km)의 금요일 통행시간은 대체로 30분을 약간 넘는 정도였다. 거리 대비 통행시간으로 보면 평균 시속은 60km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주말에는 교통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동일한 구간의 통행시간이 토요일은 2시간 정도, 일요일은 1시간을 약간 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같은 구간을 통과하는데 평시에 비해 2~4배가 되는 시간을 보낼 뿐만 아니라, 정체되는 시간이 5시간 정도로 길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도로에 갇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도로이용자들에게는 시간 낭비이고, 이동의 즐거움도 잃어버리는 일이다. 도로정체는 연료 낭비, 시간 손실 및 탄소 배출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운전자나 승차자도 도로에 갇혀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낸 경험이 반복되면 아예 외출을 포기하는 일도 생긴다. 교통정체가 자유로운 이동의 가치를 저해하고, 결국 삶의 질을 저하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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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은 주차문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세계 30개 도시에서 18,000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INRIX, 2017)에 의하면, 운전자들은 아직도 혼잡과 지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주차문제이고, 그 뒤를 고장, 사고 등이 따른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29%가 주차문제로 인해 목적지에 가는 통행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쇼핑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러한 통행포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레저 활동도 위축시키고 상권 및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출근한 사람 일곱명 중 한명 이상은 주차할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한 시간 일찍 퇴근을 한다고 한다. 주차문제로 인한 통행회피와 같은 행태는 영국에서 통행횟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에 1인당 연간 통행횟수가 1,094회였는데, 2015년에 914회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예전에는 차를 운전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스트레스가 많고 도로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즐거움이 “옛날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Jamieson, 2016). 이 정도라면 도로의 이용가치가 저하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의 교통혼잡과 주차문제가 운전자의 통행을 포기하게 하는 상황이라면 이동의 자유를 속박하는 상태로 볼 수 있으므로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미래의 도로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동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이동권을 보호하는 일이고, 복지를 증진시키는 일이다. 미래에는 자유로운 이동의 가치가 보장되는 도로정책을 펼쳐야 한다.


맺는 글

이동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국민의 행복이 보장되려면 이동의 자유가 보장될 정도의 도로공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통혼잡이나 주차문제로 인해 통행이 기피되어서는 안 된다. 정체구간에 갇히게 해서도 안 되고, 비싼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구경만 하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도로를 공급하는 책임이 있는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자유로운 이동을 하며 도로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로를 공급하고 관리해 주어야 한다. 도로의 경제적 역할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민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줄 수 있도록 도로정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정체구간을 해소하는 일은 도로정책의 기본이다. 도로의 미래가치는 이동의 자유를 향상시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

조남건_ngcho@cri.re.kr


1) 평일 상습정체구간은 본선에서 40km/h 이하가 한 시간 이상 지속되고 한달에 8일 이상 발생하는 구간임. 주말 상습정체구간은 40km/h 이하가 두 시간 이상 지속되고, 한달에 4일 이상 발생하는 구간임(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2012, 교통혼잡관리시스템(CMS) 도입방안 연구, 국토해양부, 47쪽).



참고문헌

1. 윤서연 외, 2015, 지역간 교통수요 예측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방안 연구, 국토연구원
2. BBC, Nine charts which tell you all you need to know about North Korea(2017.9.26), BBC 홈페이지
3. INRIX Research, 2017, The impact of parking pain in the US, UK and Germany(http://inrix.com)
4. Jamieson, Sophie, 2016, Driving for pleasure has become a ‘dream of the past’, The Telegraph(2016.9.9.인터넷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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