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1-22 09:25
[기획시리즈] 도로의 문화적 가치 (제121호)
조회 :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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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

요즘 전국이 걷기 열풍이다. 걸으면서 심신을 단련하고 힐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 올레길부터 시작해서 지리산 둘레길, 충청도 양반길 등을 걷고 있다. 해외까지 나가 순례자길을 걷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도로를 이용하며 만들어가는 사회적·문화적 트렌드가 도로문화이다. 국도에서 떼 지어 다니는 오토바이족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특정집단이 도로를 질주하며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그들만의 도로문화이다. 그리고 캠핑 열풍으로 전국 곳곳에 오토캠핑장이 생겼고, 이 시설을 이용하려고 가족단위로 휴일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여가문화의 한 유형이면서 도로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도로 상에서 서로 앞지르기를 하며 위협적으로 운전하면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도로폭력(road rage)을 반-도로문화라고 한다면, 도로문화는 ‘사람들이 도로를 안전하고 즐겁고 편하게 이용하는 성숙된 사회의식이 도로 위에 드러나는 행동이나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내 도로의 문화활동

도로문화는 도로를 이용하는 측과 도로를 공급하는 측에서 접근할 수 있다. 도로를 이용한 문화활동은 흔히 축제로 표현된다. 리우의 삼바축제, 런던의 노팅힐 축제, 미국의 독립기념일 축제, 일본의 거리축제(마치쯔쿠리) 등이 대표적인 축제행사이다. 길거리 예술도 펼쳐진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수많은 관중이 길거리 응원을 한 것도 비슷하다. 차 없는 날 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마라톤처럼 42.195km를 도로를 전세 내어 달리는 것도, 뚜르드프랑스(Tour de France)처럼 험한 산길에서 벌어지는 자전거대회도, 시내 길을 이용하는 모나코 포뮬라1 자동차경주도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이며 도로를 즐겁게 이용하는 도로문화이다. 시내의 특정한 도로에서 펼쳐지는 거리축제나 스포츠행사의 경우 참가자는 물론 구경꾼도 즐기고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낸다. 그곳에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고, 사람들이 모여 역사와 전통이 이어진다. 이런 축제는 단기간에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 행사의 이름값은 도시의 이미지 형성을 비롯하여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로의 문화기능

도로를 공급하는 측에서 볼 때, 도로이용자들이 도로를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하도록 지원해주는 일이 편안한 도로문화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도로가 빠르게 가고 싶은 사람만을 위한 시설은 아니다. 너무 빨리 가려고 하다 보니 도로폭력도 발생하고 교통사고도 나오는 것 아닐까. 도로관리자는 이러한 ‘빨리빨리’ 문화를 좀 완화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역할 중 하나가 도로를 문화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도로를 감상할 대상으로 만들어 운전자든 승차자든 도로를 여유 있게 운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시간의 운전으로 피로해진 사람들에게 쾌적하고 편안하게 쉴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한국도로학회의 도로문화위원회가 도로설계과정에 디자인요소, 문화, 역사, 이야기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5년차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도로에 멋과 맛, 이야기가 녹아들게 하는 것이 도로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한다고 본다. 이들의 활동은 미약하지만 선진적이어서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도로를 문화적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며 관리하는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도로의 경관은 물론이고 도로의 부속시설들까지 미적으로 설비되도록 관련 지침을 정비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일본 국토교통성 홈페이지).1)

장거리 고속운전은 운전자를 쉬 피로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 고속주행 시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지고 긴장되는데 이런 운전자의 신체적 심리적 긴장상태가 오래가면 위험해질 수 있다. 보통 한 시간 운전을 하면 십분 정도는 쉬라고 권유하곤 한다. 고속주행에 따른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문화를 형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동을 중시하는 고속도로에 휴게소를 두고 있다. 휴게소는 운전자들이 쉬고 싶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사람의 쉼터뿐만 아니라 애완견의 산책로도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호텔수준으로 개선된 것은 고속도로의 공간을 가치 있게 만든 일이었고 도로문화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였다고 본다.

일본에는 휴게소에 온천이 있는 곳도 있다. 오아시스 휴게소라고 해서 아예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휴게소가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지가 되어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공간을 활용하고 이용자의 접근시간을 절약시켜 주며 도로에 근접하여 문화여가활동을 할 수 있어 고속도로 이용도 높이고, 수익도 챙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일본의 일반도로에는 ‘도로역’이라는 독특한 휴게소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1,117개소의 ‘도로역’이 있는데 시·군 등에서 설치·운영하고 국토교통성이 지원하고 있다. 이 시설은 휴게소 기능에 덧붙여 그 지역의 문화와 정보의 중심점이 되도록 운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그 지역의 특산품도 판매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용석, 2011).


경관도로와 관광도로

도로의 이동 자체를 즐겁게 하는 방법의 하나는 도로 자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경관도로와 관광도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경관도로는 문자 그대로 운전자가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도로이다. 도로의 가로수도 경관 요소이며 계절의 바뀜을 알려준다. 봄에는 벚꽃길이 유명하다. 하동의 섬진강 벚꽃길을 비롯해 여의도 윤중로까지 전국에 많은 벚꽃길은 봄을 화려하게 축하해 주는 느낌이다. 가을이 되면 은행과 단풍나무가 계절의 풍미를 느끼게 해 준다. 단풍을 보러가는 행락객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얼굴이 단풍색이 되어버려 가는길 오는길이 흔들거리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국토교통성과 산하 지방정비국 도로과에서 2005년부터 풍경가도(風景街道)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 139개 노선이 등록되어 있다. 그 목적은 향토애를 살리며 일본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경관, 자연, 역사, 문화 등의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지역활성화, 관광진흥에 기여하여 국토문화의 재창조에 일조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일본 국토교통성)2). 미국도 교통부와 고속도로청에서 경관도로(scenic byways) 150개 노선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국에 18개 노선의 관광도로를 도로국에서 지정·관리한다. 이 관광도로는 산과 호수, 피요르드 등을 연계하여 관광객들에게 힐링을 주고 이야기거리를 주고 있다3). 독일에는 로만틱 도로가 관리되고 있고, 일본에서도 비슷한 도로를 지정하고 있다. 이처럼 경관이 강조된 아름다운 도로들은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고 운전자의 마음을 순화시켜 스트레스를 풀어주게 되므로 안전한 도로문화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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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문화의 가치와 평가

도로의 문화적 가치도 중시되어야 한다. 도로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자연의 경이로움, 풍광의 아름다움, 역사와 문명과의 접목, 과거와 현재의 연결 등 어느 것 하나도 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숨 막힐 듯 한 감동으로 희열을 느끼고, 국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즐거운 가족 나들이를 통해 가족사랑도 깊어지고 삶의 보람도 찾게 된다. 그러므로 도로문화가 국민들에게 가져다주는 가치는 무한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 가치도 측정이 가능하다. 부동산의 경우 조망권이 집값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호텔방도 전망이 좋은 곳은 비싸다. 일본 고속도로조사회의 사토쇼는 고속도로의 녹화사업에 대한 관리가 환경보전, 경관기능 향상, 안전도 향상에 기여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고속도로의 녹지대를 대규모 공원으로 간주하여, 그것이 갖는 간접이용가치(환경의 유지·개선, 경관 향상, 방재에 기여하는 가치)를 산출하고자 하였다. 또한 고속도로와 휴게소 등의 녹지대가 탄소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므로 여기에 탄소거래가격을 반영하여 화폐가치로 환산하고 있다(左藤將, 2015). 이러한 방법론은 문화적 가치(경관가치)도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도로의 경제성 평가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


조남건_ngcho@cri.re.kr



1) http://www.mlit.go.jp/road/ir/ir-council/road_design/index.html 도로 디자인에 관한 검토위원회 운영 내용
2) http://www.mlit.go.jp/road/sisaku/fukeikaidou/index-about.html
3) 경관도로나 관광도로에 대해서는 손원표(2014)를 참조 바람. 노르웨이 관광도로 관련 사진
(출처: http://www.nasjonaleturistveger.no/en/routes/geiranger-trollstigen) 



참고문헌

1. 고용석, 2011, “도로역 설치를 통한 도로연계공간 활성화”, 국토정책 Brief 321호(4.25), 국토연구원
2. 손원표, 2014, “자연과 역사, 문화가 깃들어 있는 길 : 아름답고 새로운 경관도로”, 반석기술
3. 左藤將(사토쇼), 2015, 高速道路のグリーンマネジメントに關する檢討(고속도로의 그린 매니지먼트에 관한 검토), 고속도로조사회(EHRF)
(https://www.express-highway.or.jp/jigyo/kenkyu/report/pdf/q/rpt_q_0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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