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9-20 09:52
[기획시리즈] 도로의 사회적 가치 (제119호)
조회 :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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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의 정의

사회적 가치는 관련법(Social Value Act 2012)을 제정한 영국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어느 지역사회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경험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그 기본은 형평성을 높이고, 복지를 늘리며, 환경친화적인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특성이 있다(SVU, 2017). 도로의 사회적 가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관련 자료와 필자의 지식기반으로 정리해볼 때, “도로가 연결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나 그 도로 이용자들이 도로가 없었을 때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추가로 느끼는 도로의 혜택 또는 그 도로가 그 지역(사회)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도로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김호정(2013)에서 볼 수 있다. 그는 명절의 고향방문과 가족여행으로 친목도모가 되고 업무능률이 향상되는 것, 지방의 축제현장 접근성이 개선되고 현장방문에 따른 즐거움을 체험하는 것, 공평한 접근성 개선과 이동의 기본권이 확보되는 것, 지역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는 것 등을 도로의 사회적 가치로 보고 있다. 그는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의 쾌적성과 즐거움, 이동의 기본권 등의 사회적 가치도 산정하여 도로사업의 경제적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도로가 공공재이고 국민과 사회를 위해 공급되는 것이므로 그 시설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도로투자사업의 평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가치가 강조되어 왔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도로건설에 따른 형평성의 확보, 삶의 질 및 복지 향상 등을 중심으로 보기로 한다.


도로의 사회적 역할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도로가 필요하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도로는 자동차가 대중화된 사회에서 기본적인 인프라로서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소통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활동하는 세계도로협회(PIARC) 기술분과위원회에서 노르웨이 도로청 위원의 발표를 본 적이 있다. 도로사업의 사후평가였는데 경제성 평가가 매우 낮았다. 경제성 평가를 신주 모시듯 하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내용들이어서 경제성이 낮은데도 도로개설이 가능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노르웨이는 인구가 500여 만 명밖에 안 되고 땅은 넓어서 국민이 멀리 흩어져 사는 것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곳에 도로를 내 준다는 원칙이 도로개설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인간의 삶을 중시하는 도로사업이 도로의 복지정책이고, 도로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책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고속도로의 형평적 접근성

현 시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격자형 도로망구조를 형성해가고 있으며, 국토 어느 곳에서든 고속도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접근성이 향상되고 있다. 정부에서 남북7축 및 동서9축의 국토간선도로망계획을 수립한 것은 국토공간에서 고속도로 서비스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전국 어디에서나 30분 내에 고속도로에 접근가능하게 한다는 형평성의 철학이 있는 것이다. 이 정책이 주효하여 2015년 현재 전국에서 약 70.7%의 지역, 인구 5만명 이상인 18 0개 시군구 중 134개(74.4%), 전 국민의 93.7%가 고속도로에 30분 내로 접근할 수 있다(국토교통부, 2017). 이러한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고속도로 공급은 전국 국민에게 형평성 있는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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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육교와 터널

섬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접근하기는 쉽지 않아 외로운 곳이다. 섬은 내륙과 배로 연결되지만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져 배를 띄우지 못하는 일이 흔했다. 그럴 때는 학교도 못가고, 병원에도 갈 수 없고, 장보는 일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섬과 사람의 마음 사이엔 심리적인 거리감이 존재하였다. 그렇게 공간이 단절된 곳에 연육교가 놓여 상시 연결될 때, 섬 주민들은 내륙과 언제든지 통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섬 주민들은 응급환자 발생처럼 긴급한 상황에 쉽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연육교가 이러한 심리적 장애물을 없애주는 것이다. 연육교로 인해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경제적 이득도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내륙의 학교나 직장, 병의원, 쇼핑센터 등에 가는 것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훨씬 더 큰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통행이 단절되는 일이 별로 없지만, 오래전에는 태백준령으로 가로막힌 영동지역에서 동절기 폭설 등으로 인해 통행이 두절되어 며칠씩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대관령, 미시령에 터널이 생겨 겨울철 통행두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이러한 터널 개통은 산맥으로 가로막힌 물리적 장애를 벗어나게 하면서 심리적 거리를 단축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울릉도 일주도로 연결

동해에 우뚝 서 있는 섬, 울릉도에 미완성의 순환도로가 있다. 전체 44.5km 중 39.8km는 개통되었지만 잔여구간은 난공사 구간으로 공사비가 많이 들어 50여 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울릉읍 저동리~천부리(섬목) 구간이 미개통되어 군민들과 관광객들은 울릉도를 거의 한 바퀴를 돌고도 10분이면 갈 거리를 거의 1시간 반을 돌아서 와야 한다. 지금 이 미개통구간(4.75km)에 3개 터널 등이 공사 중으로 201 8년 말 개통될 예정인데, 개통되면 울릉도는 완전한 순환도로를 갖게 되면서 약 1만 명의 주민과 연간 4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 모두 이동의 자유와 편의성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특히 주민들은 응급상황에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언제든 약국과 병원 등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저동에 접근할 수 있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있게 될 것이다. 1시간 30분을 돌아서 가는 불편을 해소함으로써 얻어지는 이동의 자유와 심리적인 안정감은 이곳 주민들에게 다른 어느 것 보다도 가치가 높음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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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의 평가

통행이 어렵던 곳에 터널이나 교량이 생겨 통행이 자유롭게 되는 것이 복지증진이고 삶의 질 향상이다. 통행 장애를 없애 심리적인 거리감이 사라지면 지역간 소통에 기여하고 교류를 증진시킨다. 이러한 도로사업은 통행시간의 단축과 같은 요소로 경제적 평가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도로 개통으로 얻어지는 통쾌하고 상쾌한 기분, 자유로움, 해방감과 같은 심리적 만족감 및 삶의 질 향상 등은 화폐가치로 산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사회적 가치 평가의 한계이고 앞으로 연구할 과제이다.


맺는 글

도로의 사회적 가치는 형평성 향상, 복지증진, 삶의 질 개선 등 사람을 중시하는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은 당연히 도로가 있어야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인간적인 활동이 보장된다. 국민은 그가 도시든, 시골이든, 산간오지에 살든 간에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존중받으며 도로와 같은 이동서비스의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행이고, 나의 공간을 넘어서 바깥과 소통하는 사회적 만남의 시작이다. 이동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는 도로이다. 그래서 도로의 사회적 가치는 중시되어야 한다. ▣


조남건_ngcho@cri.re.kr



참고문헌

1. 국토교통부, 2017,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계획(2016~2020)
2. 김호정, 2013,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SOC투자평가체계 개선방향”, 월간 국토 3월호, 35-42
3. SVU(Social Value UK), 2017, 홈페이지(www.socialvalueu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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