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5-22 15:54
[기획시리즈] 남해안 지역의 교량경관과 문화, 역사를 찾아서 (제115호)
조회 :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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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
 
‘길’은 달려서 목적지에 빨리 닿게 하는 기능을 요구하던 개발지상주의 시대의 편향된 인식에서 서서히 벗어나, 통과기능 중심에서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느끼는 통로와 매개체로, 그동안 소외되었던 접근기능이 재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남해안 지역의 교량과 경관, 기하구조를 답사하는 과정은 종래의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벗어나 경관과 문화, 역사를 담은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고 도로문화 관점의 문화컨텐츠를 활용함으로써 도로와 주변지역을 아우르는 발상의 전환을 마련하는 계기를 삼고자 한다.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
 
통영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신거제대교를 건너 번듯하게 4차로로 개설된 국도14호선을 따라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가 시작되는 장목면 쪽으로 달렸다. 장목면은 문민정부의 대통령을 지냈던 ‘김영삼’의 생가와 기록전시관이 있는 곳으로 주변의 해변에는 동글동글한 조약돌이 깔려있는 몽돌해수욕장이 여러군데 널려있다. 연결도로의 시점 쪽에 있는 ‘거제휴게소’는 거가대교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내부경관으로 조망대상인 거가대교를 바라보아야 할 지점에 휴게소가 위치해 조망점을 가로막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3주탑 사장교인 거가1교, 2주탑인 거가2교와 바다 속에 가설된 거대한 침매터널을 지나 가덕휴게소의 홍보전시관에 들러 석양 속 거가대교를 감상하였다.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의 가덕도와 중죽도 사이 해상구간은 진해만 해군기지에서 수행되는 함대작전의 작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계최대 수심(48m)과 높은 파고 등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침매터널공법을 도입하여 해저터널을 건설하였다. 가덕해저터널은 세계 최장, 단일 함체길이(l=180m), 가장 깊은 수심(h=48m) 등 5가지 세계신기록을 자랑하고 있었다.
 
 
노량해협의 남해대교와 관음포
 
진주, 사천을 지나 진교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지방도1002호선을 타고 길가에 심어져 있는 벚꽃길에 감탄하며 꽃피는 4월에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며 한참 대화 꽃을 피우다 왠지 썰렁한 느낌에 전방을 바라보니 도로확장공사로 군데군데 잘려져 나가고 있는 꽃길의 안타까운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행락철에 잠시 동안 밀리는 도로를 확장하느라 30여 년 이상 가꾸어 온 벚나무를 훼손하면서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만 할까? 제한된 예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착한 SOC 만들기 운동’을 하루 빨리 전개해야 할 것 같았다.
노량해협에 다다르기 직전 어느 바닷가 마을 앞에는 4차로 확장도로의 토공구간이 거대한 장벽으로 마을을 가로막아 앞 바다를 볼 수 없게 고립시키고 있어 민원이 발생되고 있었다. “잘못된 도로설계 자손만대 재앙된다” 식은땀이 배어나는 섬뜩한 문구였는데 과연 발주자와 설계자는 어떻게 대응하였는지 궁금하였다.
 
1973년 남해 노량해협에 가설된 남해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로 당시 일본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설계·시공되었다. 전체 연장이 660m, 중앙 경간장이 404m로 1970년대 중반만 하여도 수학여행 길에 남해대교를 돌아보고 사진을 찍어 주위에 자랑했었던 명소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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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해전’은 1598년 음력 11월 19일 순천, 사천 등지의 왜군과 조명연합군이 격돌한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으로 충무공은 이 전투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조선 땅을 유린한 왜군을 응징하기 위해 최후의 일전을 벌인 후 순국하였다. 남해 관음포 앞바다 연안의 유적지는 충무공의 영구가 처음 육지에 안치되었던 곳으로 순국하신지 234년 후에 세워진 이락사(李落祠)의 비각에는‘대성운해(大星隕海), 큰 별이 바다에 잠기다’라는 편액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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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을 가로지르는 이순신대교와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거문도를 불법으로 2년 가까이 점령한 영국이 수심이 깊고 외해의 영향을 적게 받는 광양만을 탐내어 조차를 요구하였다는 광양만은 광양제철소가 들어서고 컨테이너부두가 확장되며 여수·순천 쪽으로 산업단지가 매립되어 임해공업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양에서 여수로 가는 지름길은 바다 가운데 떠있는 묘도를 거쳐야 하므로 2013년에 이 구간을 연결하는 연장 2,260m의 ‘이순신대교’가 개통되었다. 이 교량은 왕복 4차로의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시공·유지관리가 가능한 최초의 한국형 현수교이며 주탑 높이가 270m로 세계최고를 자랑한다. 주경간장은 1,545m로 세계에서 4번째로 해당되며 이는 충무공의 탄신년인 1545년을 기념하여 교량에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었다.
 
담양군에서 1970년대 초반 가로수 조성 시범사업을 하여 국도24호선 양쪽에 묘목을 식재한 것이 지금 담양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국도 상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이 길은 1990년대 초반 확장공사로 부분부분 훼손될 위기에 처했으나 환경단체와 의식있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활동으로 메타세쿼이아 길을 보존하고 별도의 4차로 도로를 개설한, 개발과 보전의 상충관계에서 자연유산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된 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곳의 메타세쿼이아는 수령 40여 년으로 높이가 35m, 지름이 2m에 달하는 웅장함을 뽐내고 있으며, 추위와 공해에 강하고 탄소흡수율이 높은 수종으로 친환경도로의 수목선정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웰빙 열풍으로 메타세쿼이아 길이 담양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가로수길 양쪽으로 4차로 국도와 2차로 지방도가 포위하고 있어 외로운 섬의 모양새를 띄고 있다. 또한 늘어나는 관광객을 겨냥하여 우후죽순처럼 판매시설이 들어서고 주변자연과 조화를 생각하지 않은 대규모 단지조성이 계획 중에 있어,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올 황폐함과 혼란스러움을 떠올리며 진땀이 묻어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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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를 마무리하며
 
‘거가대교~통영~남해대교~이순신대교~메타세쿼이아 길’로 이어지는 도로답사는 지금까지 단순히 도로현장과 주변에만 국한시켜 둘러보았던 답사에서 벗어나 주변의 자연, 역사, 문화 등을 아우르는 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였으며, 우연찮게도 답사코스가 충무공의 행적을 따라 간 역사기행도 되었다. 노량해전 최후 격전지인 관음포 이락사(李落祠)에서 충무공의 나라를 사랑하는 충정 ‘戰方急 愼勿言我死, 싸움이 바야흐로 급하니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의 뜻을 새기고, 송림 속에서 쪽빛 봄바다를 바라보며 어지러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잠시 지혜를 구하였다.
 
관음포 바닷가에서 봄소식을 실어온 백매화(白梅花)의 눈부신 화사함, 송림 속 동백의 붉은 빛 선명함 그리고 청아한 소쇄원 계곡 생강나무의 기지개 켜듯 피어나고 있는 연노랑 꽃잎, 바람, 물, 공기, 하늘, 숲, 바다, 눈에 아른하며 온 몸을 가득 채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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