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2-20 09:55
[기획시리즈] Mom said not to eat any cookies : 외국인이 본 한국의 도로교통 (제110호)
조회 :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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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으로서 한국의 도로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전에 의견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이 내 모국과 고향에 매우 주관적이라는 점을 밝혀두겠다. 필자를 비롯하여 한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북미 출신 외국인들은 한국의 도로교통 상황에 대해 때로는 짜릿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 중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은 중국에서보다 훨씬 얌전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중국에서 몇 개월 생활해 본 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16년 중 8년을 한국에서 살았는데 그동안 교통여건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수가 감소했고, 보행환경도 엄청나게 개선되었다. 여러 도시들이 공유자전거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서울까지 확대되었으며, 특히 일산이나 세종 같은 도시에서 자전거 타기는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이다. 대중교통의 발전이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 95% 감소와 같은 성과에 대한 칭찬이라면 몇 페이지라도 너끈히 쓸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내가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른 외국인들과는 좀 달랐다. 북미 출신 외국인들은 보통 1~2년 살다가 떠나기 때문에 그들의 경험이라는 것은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한글을 읽을 수 없고 따라서 시내버스 이용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들이 한글을 모른다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고속버스·KTX 티켓을 예매하거나 다음·네이버의 지도 서비스 이용에도 문제가 된다. 관광객이나 교환학생들이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겠지만, 몇 년을 다른 나라에 살 생각이면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울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불쌍하지는 않다. 불행히도 대부분 외국인 친구들은 몇 년을 한국에서 살고도 “ㄱ”과 “ㄹ”을 구분하지 못하고 “입석”과 “매진”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Absent mother
 
한국 도로에서의 운전을 이야기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비유일 것 같다. 만약 엄마가 몇 시간씩 자리를 비우면서 아이들에게 절대 과자를 먹지 말라고 하고는 정확히 언제 돌아올지 말해 준다면 과자를 먹는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 아이들은 엄마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형제가 과자 먹고도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면 엄마 말대로 과자를 먹지 않을까? 과자를 먹었던 형제들이 엄마한테 들켰다 하더라도 혼나는 것이 겁나서 과자를 안 먹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는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살이 찔 수도 있고 야채를 먹기 싫어질 수도 있다면서 왜 과자를 먹으면 안 되는지 말해 줄 것이고, 아이는 그런 경험을 했거나 주위에서 보고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자는 너무나 맛있고 자기가 조심하면 절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의 운전자들이 기본적인 운전 규칙도 지키지 않는 것에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몇 년 동안 버스, 택시, 전철을 수없이 탄 후에야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이유는 교통법규 위반 단속이 흐지부지한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붉은색으로 바뀌는데도 왜 차들이 멈추지 않는가? 황색 신호시간은 차를 세우기 충분한 시간이며, 교차로가 깨끗이 비워져 있을 때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꼬리물기를 막아 줄 감시카메라도 경찰도 없다. 그 신호시간은 상당히 길어서 반대 차량이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간다면 1분 정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 모두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핑계일 뿐이다. 필자도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거나 모든 신호를 제대로 지켰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안전하고, 빨리 갈 수 있고, 단속도 거의 없고, 벌칙도 가볍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좋지않은 새 버릇이 생긴 것이다.
 
한 한국인 친구가 속도위반 벌금 5만원이 너무 과도하다며 불평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그냥 조금 빨리 달렸을 뿐 결국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벌금이 큰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3~4만원짜리 주차위반 딱지 몇 번 떼고 나니 속도위반 5만원은 금액이 너무 작은 것 같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불법주차는 그 피해가 기껏해야 도로가 어지러워 질 뿐이지만, 과속은 때때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만원 벌금 물지 않는 것이 제한속도 지키는 데 대한 보상이라면 속도를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도로변에 설치된 제한속도 표지들이 2km, 1km, 500m 앞에 단속카메라가 있다고 알려주는 덕분에 과속 딱지를 끊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도 단속카메라 가까이 가면 시끄럽게 그 존재를 알려주고 카메라를 지나면 다시 속도를 내도 좋다고 신호를 준다. 이 신호가 더이상 과속단속을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알려주는 것 외에 무슨 목적이 있을까?
 
예전에 택시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데 앞에 차가 없는데도 운전기사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걸 보고 온갖 바디랭귀지를 동원해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다. 운전기사는 도로 위에 철제 구조물을 가리켰지만 그냥 구조물일 뿐 교통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최근에 건설된 구조물이라 아직 표지판이 붙지 않았나 보다고 생각했다. 운전기사는 몸짓으로 거기에 단속카메라가 붙어 있다고 알려줬다. 그 카메라 밑을 통과한 후에 운전기사는 마치 어떤 속도로 달려도 괜찮은 권리라도 얻은 양 가속페달을 신나게 밟았다.
 
 
커뮤니케이션과 교육이 중요
 
한국에는 이미 교통법규가 잘 마련되어 있고 교통표지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앞에서 거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법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어떤 법의 존재 이유를 알지 못하면 법을 잘 지키지 않게 되고 경찰은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시민이 주도하는 ‘녹색어머니회’,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 ‘safe kids korea’ 등은 일반의 인식을 제고하는 데 힘써왔으며, 정부의 법 개정을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율을 낮추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고 열의를 가지게 되면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88년 최고였던 1,766명에서 2012년에는 83명까지 떨어졌다. 또한, 교통사고로 인한 국가의 경제적 손실과 유족들의 감정적 스트레스, 일자리·임금 손실 등에 대해 알리는 대중의 인식제고 캠페인은 향후 시장 또는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결국 “Mother”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통법규의 존재 이유는 우리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리고 이해시켜야 한다. ▣
 
 
 
 
✽ 본고는 영문원고를 저자의 동의하에 번역하여 수록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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