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20 13:27
[기획시리즈] 도로 기술과 도로 문화 (제133호)
조회 :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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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2만 2천 여km에 불과하던 도로연장은 11만km를 넘어서게 되었고, 연장 10km가 넘는 교량과 터널도 낯설지 않아 도로분야의 양적, 질적 성취에 대한 국내외 평가도 인색하지 않다.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지난 60년 동안 한국 도로 발전 과정을 정리해 보았고 이제 미래로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도로의 역할

최근 도로투자는 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일자리 창출 능력도 과거보다 ⅓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서 2010년 이후 중앙정부의 재정투자는 하락 추세에 있다. 투자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투자도로를 확대하였으나 높은 통행료, 재난대응 능력 부족, 공공성 저하에 관한 불만이 생겨났다. OECD 국가 도로 가운데 최상위 수준으로 과로하고 있는 한국의 도로는 2015년 기준 사람과 화물을 각각 87.6%(인)~82.8%(인-km), 91.4%(톤)~76.2%(톤-km)를 분담하며 혈관과 숨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람과 마차와 자전거가 다니던 신작로에서 시작된 한국 도로산업은 오늘날 2,250만 여대의 자동차가 활동하는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대규모 교량과 터널, 지하도로를 과거보다 단기간에 경제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켰고, 자동차 ICT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여 기술혁신의 기반 역할도 수행하였다. 국토 면적의 3.1%, 도시개발 면적의 20~25%를 점유하는 도로공간은 대규모 산업단지와 고밀도 도시의 핵심이 되었다. 도시부 도로는 지상과 지하에 자동차 뿐 아니라 대중교통, 철도 등 육상교통 시설과 수단은 물론 상하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도시기반시설과 가로수까지 융합하는 플랫폼으로 서서히 진화해왔다. 


도로교통 환경의 변화

세계사적으로 육상수송에서 속도혁명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18세기 말 머캐덤(Macadam) 공법이란 효율적인 기반시설 건설기술이 개발된 것으로, 마차와 철도가 각각 시간당 16km, 50km까지 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장거리 해상수송과 단거리 육상수송이 조합된 교통산업은 인류 문명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변화시켰다. 19세기 후반 마차에 화석에너지가 결합되어 출현한 자동차는 도로의 발전과 맞물려 세를 불려가더니, 20세기 중반 고속도로란 기반시설을 만나면서 100여 년 동안 육상교통의 왕좌에 있던 철도를 밀어내고 지배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다. 20세기 말에 ICT(정보통신)가 제4의 요소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도로교통은 기반시설-교통수단-친환경에너지-ICT로 구성된 환경에서 새로운 전환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친환경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게 된다는 2050년까지 우리 도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사실 자동차란 이름에는 이미 스스로 움직이는 차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던 것이니 “친환경에너지+자율+공유”란 개념이 결합된 미래차는 진정한 자동차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정교한 주행으로 차로 폭은 좁아지고 차량간격은 줄어들어 도로의 생산성 향상과 주차수요 감소와 같은 기대가 높으나, 여기에는 기반시설과 융합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교통체계의 변혁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이동수단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기반시설이 있었다. 도로에서 과거 머캐덤도로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기술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멀지 않은 시기에 사람운전자가 필요한 자동차는 ‘사람차’가 되고 자율주행자동차는 진정한 ‘자동차’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 와 있는 기술을 슬기롭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람, 자동차, 도로, 부품, 사회와 관련된 법과 제도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도로교통법」에서도 ‘차마’를 ‘사람차·(자율)자동차’로 바꿔야하지 않을까?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도로, 자동차와, 운전자, ICT 관련 업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부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물리적 네트워크 개선 필요

도로가 놓이면 물류가 흐르고, 큰 힘이 모이는 교차로에서는 갈등도 생겨난다. 도로 주변에 개발이 몰리면서 이동성과 함께 접근성이 높아지도록 압력이 커진다. 우수한 물리적 네트워크를 갖춘 도로에 정보 네트워크를 결합시켜 도로생산성을 크게 높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차로가 필수적이다. 좋은 도로 네트워크란 도로가 공간적으로 골고루 분포하는 것은 물론 접근성이 좋도록 교차점에서 잘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도로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간선도로의 나들목(IC)과 분기점(JC)은 도로의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는 대표적인 교차로이다. 교차로 사이가 너무 멀거나 교차로의 특정 방향 연결이 끊기면 간선도로 네트워크의 성능이 낮아지는데, 교통수요 부족, 예산 부족, 통행료 징수 편의성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민자 고속도로가 18개 노선 604km에 달하면서 고속도로끼리 만나는 곳에 제대로 된 분기점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불완전한 IC가 만들어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당초 계획 의도와 다른 교통환경이 조성되면, 한쪽에서 틀어 막힌 교통량은 다른 쪽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교통량 1, 2위를 기록하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판교 JC의 미개설 연결로는 근처 판교 IC와 성남 IC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원 IC와 판교 IC는 일반적인 IC 설치기준 교통량을 훨씬 넘어서서 IC 구조가 점점 복잡하고 규모도 거대해지고 있다. 14.5km에 달하는 두 IC 사이 주변에 고밀도의 도시개발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중간에 IC를 추가로 만들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원 IC과 판교 IC 이용교통량이 즉각적으로 분산되고 진출입차량 이동경로는 짧아져서 유류 사용량과 환경오염 배출이 감소할 것이다. 지역간 고속도로가 도시고속도로, 나아가 일반도로로 기능이 변화하는 것은 종종 관찰되며 긴 호흡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일부 교차로 성능이 해외와 비교하여 낮게 만들어진 데에는 비용 제약과 함께 통행료 징수, 설계지침이나 관리자의 보수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 기술자들도 충분한 해결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제 현상설계경기도 시도해 볼 가치가 있으니 비용을 들여서라도 교차로의 연결성을 높이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기존 시스템에서 수용되지 않는 방법이 나오면 기준이나 지침을 고쳐 해결할 필요가 높다.  


올바른 생각과 도로 문화

세월의 두께가 쌓이면서 이동을 담당하던 도로 중간 중간에 집회나 교역, 만남, 일상생활 등을 통하여 문명이 집적된 공간이 생기게 되고 기억이 쌓이게 된다. 도로에 얽힌 기억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탄생되어 널리 알려지며 생명력을 이어간다. 실체로서의 도로문명에 입혀진 기록은 역사가 되고 소설, 음악, 미술,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며 도로자체가 아름다운 볼거리로 사랑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실체로서 도로문명이 정신 유산이나 관점으로 형성된 것을 ‘도로 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의 도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회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생각은 올바를 수도 있지만 올바르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시간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만약 길에 아랫길과 윗길이 있다면, 아랫길은 물리적인 길이고 윗길은 사회의 생각이 반영된 정신적인 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 동안 “도로는 빨라야 한다, 도로의 기능성은 어떤 환경보다 우선한다, 도로에서는 차가 주인이다” 등의 생각에 곧고 넓은 도로와 긴 터널, 높은 고가도로와 육교 등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산허리가 잘라지고, 오래된 마을이 단절되었으며, 대기는 오염되고, 도로변 풍경은 빛이 바랬고, 매년 수천 명의 생명을 길에서 잃었다. 올바른 생각의 부족으로 품위가 없고 위험한 도로교통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경제가 풍족해진 2000년대 들어 생각에 변화가 있게 되었다. 지방부 도로는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고 운전자는 상대방을 존중하며, 도시부 도로에서는 대중교통의 확대와 함께 보행자와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높아졌다. 왜 생각이 바뀌게 되었을까? 배고픈 시절과 배부른 시절 우리 생각이 달라졌고, 도로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생각 또한 달라져 바람직한 도로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도로 문명과 문화가 상호 영향을 미치며 발전하여 아랫길과 윗길의 간격이 좁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윗길과 아랫길 사이에 기술의 길이 끼어들고 있다. 지금 불어오는 기술의 바람은 ICT, 전기차, 자율주행차, 공유차 등이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아 장래 예측 또한 불가능한 영역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자동차와 사람이 다니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잠재력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백조 원 규모의 도로스톡 일부를 투자해서 성능을 그 이상 높일 수 있다면 가야만 할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각에 의해 인도되고 사회구성원들이 변화를 잘 인식하고 방향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초의 생각은 선구자들이 하더라도 올바른 생각에 사회구성원들이 공감하여야 길이 바뀐다. 


강정규 _  jgk5707@gmail.com




참고문헌

1. 강정규, 한국도로 60년의 이야기, 건설정보사, 2018
2. 국토교통부, 국토교통통계연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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