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9-19 19:07
[기획시리즈] 실패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제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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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77인의 건설인을 잃은 이래 설계 미숙, 시공 부주의, 덤핑 수주, 유지관리 미흡 등의 이유로 크고 작은 사고가 도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였다. 실패할 때마다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노력한 결과 현재와 같은 도로분야 성취를 이루었다. 도로건설이 폭증한 1990년대 이후 도로시설에서 발생한 주요 사고와 극복 과정을 정리해보았다.


팔당대교와 신행주대교 공사중 붕괴

한강 팔당대교는 올림픽대교에 이어 우리 기술로 시도한 두 번째 콘크리트 사장교이다. 완공을 7개월 앞둔 1991년 3월 26일 오전 사장교 구간 상판을 지지하던 지주가설재 8개가 강풍으로 쓰러지며 상판 196m도 붕괴되었고 1명이 사망하였다. 부적절한 현장조건과 기후조건, 직접공사비에도 못 미치는 덤핑 수주 등의 원인들이 복합되었다. 1992년 9월 9일 거더교로 설계를 변경해 1995년 4월 25일 착공 8년 11개월 만에 완공되었다. 

1987년 12월 31일 착공된 신행주대교(당시 명칭은 제2행주대교) 역시 사장교형식으로 1992년에 개통 예정이었다. 1992년 7월 31일 오후 6시 50분경 두 주탑 사이를 연결하는 중앙 상판이 추락하면서 연결된 양측의 상부구조물들이 주탑 방향으로 연쇄적으로 당겨지게 되었고, 이를 지지하던 교각도 함께 꺾여 버렸다. 강선으로 연결된 연속 PSC 박스 800m 구간 상판 41개와 교각 10개, 남쪽 주탑이 처참하게 붕괴되었다. 최초 붕괴지점 부실시공이라는 직접 원인과, 설계·시공·감리 상의 간접적 원인이 복합되었다.

당시만 해도 첨단 교량형식이던 사장교로 건설되던 팔당대교와 행주대교가 1년 간격으로 무너진 배경에는 아직 사장교 공법에 대한 기술습득이 부족하였고, 덤핑 수주나 감리와 같은 제도적인 문제도 자리하였다. 이제 서해대교(2000년)에서 기술자립을 성취한 사장교는 인천대교, 부산항대교 등 52개(2017년)가 공용중일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창선교와 성수대교 공용중 붕괴

경남 남해군 상동면에 위치한 창선교는 1980년 6월 완공된 길이 440m, 왕복 2차로의 게르버식 해상교량이다. 1990년 이후로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교량의 안전성을 우려하던 주민들의 요구로 1992년 7월 초에 안전진단을 실시하였으나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1992년 7월 30일 오후 5시경 창선교 5번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이 추락하여 2명이 사망하였다. 영세업체가 유속이 빠른 해저에 우물통 기초 위치를 부정확하게 시공하여 편심이 생겼으며, 염분에 부식된 교각 기반에서 콘크리트가 탈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폭 14.5m, 길이 480m인 새창선대교(1993년 4월~1995년 12월)가 강상판형 교량으로 새로이 건설되었다.

1979년 10월 한강의 11번째 교량으로 준공된 성수대교는 미관을 고려하여 아치모양의 120m 장경간과 게르버트러스 구조형식이 채택되었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38분경에 제 5번과 6번 교각사이 상부트러스가 붕괴되었다. 상판을 지지하는 행어판의 한쪽이 파괴되면서 다른 쪽도 잇달아 파괴되어 48m 상판 전체가 한강으로 떨어졌고, 버스 등 차량 6대가 함께 추락하여 총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하였다. 설계오류에다 공기단축에 급급한 부실시공, 피로균열의 진전을 예방해야 하는 정밀점검 및 유지관리 미흡과 함께 부족한 중차량 통행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팔당대교, 창선대교, 신행주대교의 연이은 붕괴로 건설안전에 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성수대교까지 붕괴하자 당시 설계, 시공, 유지관리 모든 단계에 만연하였던 건설업계의 관행인 돌격주의, 적당주의, 안전불감증 등을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1995년 4월 5일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안전관리 체계를 법제화하여 부실 설계 및 감리자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재를 강화하였다. 


2010년대 공사중 교량 붕괴

성수대교 붕괴로 촉발된 여러 조치 이후 도로 건설현장의 안전성은 훨씬 높아지게 되었고 기술도 성숙되어 다양한 형식의 교량이 건설되었다. 도로교량개수가 2009년 말 25,792개소에서 2017년 말 33,572개소로 늘어나는 동안 51건의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 26명 부상 62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건설안전정보시스템 건설사고DB). 

하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과 연천군 장남면 간 임진강을 횡단하는 길이 539m의 장남교에서 2012년 9월 22일 마지막 남은 파주 쪽 교대와 첫 번째 교각 사이 길이 55m PCT 거더 위에 상판용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에서 1개의 거더가 낙교하면서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둘, 2013년 7월 30일 서울 올림픽대로 김포방향과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가 방호벽 콘크리트 타설중 전도되면서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셋, 2013년 12월 19일 부산 북항대교와 남항대교 접속 고가도로 현장에서 갓길용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구조물이 무너져 근로자 4명이 숨졌다. 넷, 2016년 7월 전남 영광군과 무안군을 잇는 칠산대교에서 FCM 공법으로 상판 콘크리트 타설중 상판 임시고정장치가 파손되면서 14번 상판이 기울어져 작업자 6명이 부상하였다. 다섯, 2017년 8월 26일 오후 3시 20분쯤 경기도 평택호를 가로지르는 평택국제대교 건설 공사장에서 설치가 완료된 교각위에 PSC 거더를 연속압출공법(ILM)으로 연결중 길이 240m에 달하는 상판 4개와 교각 1개가 무너져 내렸다. 최근 발생한 교량 건설사고 원인을 보면 기술부족보다는 기본적인 안전관리나 시공부주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폭설과 폭우로 인한 도로 차단

2004년 3월 서울·경기·충청 지방에 내린 100년 만의 대설로 경부고속도로 본선에 9,850여 대의 차량과 1만 9,000여 명의 사람이 30여 시간이 넘게 고립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2년도 지나지 않은 2005년 12월 21일 35cm 이상의 폭설이 호남고속도로에 쏟아지면서 19시간 20분 동안 1,000여 명의 이용자들이 도로에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까지 가는 기나긴 소송 끝에 이용자들은 고립시간에 비례한 보상을 받게 되었다. 이후 폭설 등 위기 상황 시 한국도로공사의 판단으로 고속도로 본선에 대한 긴급통행제한을 실시할 수 있도록 「고속국도법」을 개정하고 기술적 대비를 강화한 결과 유사한 재난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고 있다. 

2002년 9월 1일 상륙한 태풍 루사가 몰고 온 900mm의 장대비로 2001년 말에 4차로 확장을 마친 영동고속도로 횡계IC~강릉IC 구간의 비탈면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발생하여 차량운행이 통제되었다. 4차로 확장공사가 진행되던 동해고속도로 강릉~동해 구간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통신선로도 함께 유실되어 버렸다. 2006년 7월 10일과 11일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에위니아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통영대전고속도로 고성방향 깍기비탈면이 7월 10일 무너져 11시간 동안 교통이 통제되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도 산사태와 토사유출이 12곳이나 발생했고, 토석류가 평창휴게소(서울방향)를 휩쓸고 고속도로 본선까지 밀고 내려왔다. 부실시공 의혹과 함께 당시의 설계기준이 18%나 높아진 강우강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쏟아졌고, 후속조치로 도로배수시설 설계기준을 높이게 되었다. 

2017년 7월 23일, 인천지역에 내린 폭우로 불과 3개월 전 개통된 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항터널 일부구간이 침수되었다. 7월 23일 오전 9시부터 차량통행을 금지하여 일주일 만인 7월 29일 14시가 되어서야 왕복 6차로 가운데 중앙 4개 차로가 개통되었고, 8월 6일이 되어서야 모두 개통되었다. 국내 최장(5,460m)인 해저터널 설계·공사 과정에서 배수체계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사업관리 문제로 침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안개, 화재로 인한 도로차단

하나, 2006년 10월 3일 오전 7시 50분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서울방향에서 29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여 11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대부분의 사망자는 교통사고 자체보다 뒤이은 차량 화재로 변을 당하였다. 둘, 2015년 2월 11일 오전 9시 39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서울방향 상부교량에서 106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2명이 사망하고 130명이 부상하였다. 두 사고 원인 모두 짙은 안개가 원인이었고 길어깨가 차단되어 화재진압과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셋, 2010년 12월 13일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동IC 인근 부천고가교(연장 7.7km) 하부에 불법 주정차 된 차량과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차량 39대 및 컨테이너가 전소되었고, 교량 강재 거더 6개가 손상되었다. 2011년 3월 15일까지 서운JC~안현JC 구간을 전면 통제하고 손상된 73.3m 구간 철거 및 복구공사 완료까지 총 2,198억 원의 사회적비용을 치렀다. 넷, 2015년 12월 3일 18시경 낙뢰로 인해 서해대교 목포방향 사장교구간 케이블높이 80m 지점에 불이 붙어 144개 사장케이블 중 1개가 끊어지고 2개가 부분 파손되어 목포 방향 교통을 15일 동안 차단하고 복구공사를 하였다.

이제 특수교량(연장 500m 이상의 케이블교량)에 대해서는 강풍, 지진, 안개, 폭우 뿐 아니라 낙뢰에도 대비가 필요하게 되었다. 2016년 7월 특수교안전관리방안이 발표되어 특수교량에 대한 피뢰 및 소방관리를 강화하도록 하였다. 


강정규 _  jgk5707@gmail.com



참고문헌
1. 강정규, 한국도로60년의 이야기, 2018
2. 국토교통부, 도로 교량 및 터널 현황조서, 2018
3. 국토교통부, 건설안전정보시스템(http://www.cosm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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