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8-20 10:41
[기획시리즈] 한국 도로 성공의 10가지 요인 (제130호)
조회 :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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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년 동안 도로는 지상과 지하에 교통수단과 교통시설은 물론 상하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기반시설과 가로수까지 융합하는 입체적 플랫폼으로서 서서히 진화해왔다. 국가면적의 3.1%, 대도시 개발면적의 20~25%를 점유하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도로는 교통운영과 자동차 기술혁신의 기반 역할도 수행하여 왔다. 한국 경제발전과정에서 도로분야의 성장과 역할에 대한 해외 국가들의 평가는 상당히 높다. 지난 60년 한국의 도로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들을 필자 나름대로 다음 열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고속도로에 대한 적기 투자와 집중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한국 경제개발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의사결정이란 평가를 훗날 받게 되었지만, 경제적 타당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그 당시 결코 실행될 수 없는 도박과도 같은 사업이었다. 국가경제규모가 작은 경제성장의 초기단계에 대규모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역량 집중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국가 1년 예산의 23.6%에 해당하는 막대한 국내 재원이 투입되었지만 고속도로의 적기투자가 빠른 수송뿐만 아니라 국토발전과 경제성장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실증하게 되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다수의 후속사업에 반복적으로 활용되게 되었다.


2.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단계적 건설로 전국망 조기 확보

경인·경부고속도로라는 대형사업 성공에 자극받은 모든 지역에서 고속도로를 최우선으로 확보하기를 열망하였으나 재원부족이 가장 큰 제약이었다. 비교적 수요가 높은 경인·경부고속도로조차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설계수준이 제약된 왕복4차로로 건설될 정도였으니, 교통수요가 낮은 후속 노선들까지 제대로 된 왕복4차로로 만들자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았다. 단기간에 전국적인 고속도로망을 확보하기 위해서 단계적 건설과 확장 전략이 채택되었다. 1970년대에 건설된 호남·남해·영동·구마고속도로는 물론 1984년에 완공된 광주대구간고속도로까지 왕복4차로 건설을 전제로 한 왕복2차로로 건설되었다. 용량도 낮고 사고도 많았지만 지역간 이동의 갈증을 해소해 주던 왕복2차로 고속도로 노선들은 수요 증가와 예산확보에 따라 단계적으로 4~8차로로 확장되게 되었다.


3. 해외 원조와 차관 적극 활용

1954년부터 1964년까지 미국에서 원조한 1,508만 달러는 당시 소중한 도로투자재원이었다. 경인고속도로 건설재원의 30%는 아시아개발은행(AID) 차관이 담당하였으나 경부고속도로에는 도입되지 못하였다. 1971년 6월 29일 체결된 IBRD 차관(5,450만 달러)으로 기간도로 포장사업이 시작되었고 1992년까지 6차례에 걸쳐 약 8억 달러의 차관이 투입되었다(도로업무편람 2016). 차관도로 사업은 1980년대까지 당시 건설부 도로투자의 20~76.7%를 차지하던 핵심적인 재원이었으며 국도 연장과 용량 증가에 크게 기여하였다. 차관도로사업은 1992년 종료되었고, 2012년까지 모든 차관을 상환하였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 해외에 무상원조와 차관을 공여하는 국가로 변신하였다.


4. 도로 관련 법제와 종합계획 정비

법치주의 국가에서 도로를 안정적으로 건설하고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정비가 필수적이다. 1961년 12월 27일 「도로법」 제정 이후 건설, 재원, 운영, 조직 등에 관한 도로 관련 법령들이 활발하게 제정 및 개정되었다. 도로시설의 건설 및 관리를 위해 「도로법」, 「사도법」, 「유료도로법」, 「농어촌도로정비법」, 「주차장법」 등이 정비되었다. 도로교통체계 구축 및 운영과 관련한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대도시권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이 정비되었다.

각종 법률에 의해 수립하는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년)과 같은 장기계획(10년~20년)과 각종 중기계획(5년)으로 체계적인 국가단위 도로정비가 가능해졌다.


5. 특별회계와 민간투자사업으로 안정적인 도로투자재원 확보

1960년부터 1988년까지 일반회계 자원으로 시행되던 중앙정부의 도로투자는 도로특별회계(1989~1993년) 기간을 거쳐 교통시설특별회계(1994년~현재) 기간을 거치면서 투자액이 크게 증가하여 왔는데 도로특별회계 도입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전체 도로연장에서 유료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4%를 넘어선 데에도 민간투자의 역할이 컸으며, 이는 1994년 8월 제정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2005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개정)에서 비롯되었다. 재정고속도로에서 들어오는 연간 4조여 원의 통행료를 비롯한 유료도로 통행료 역시 중요한 도로투자재원이 되고 있다. 


6. 정보통신 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도로플랫폼으로 진화

한국 산업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도로분야에 접목하는 서비스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당초 도로운영을 보조하는 서비스에서 시작된 지능형교통체계(ITS)는 도로 소통능력 향상과 교통안전 개선이란 목표를 실증하였고, 추가적으로 스마트폰과 연계되어 사용자가 선호하는 교통서비스 제공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제는 스마트시티의 주요 구성요소로서, 그리고 자율주행의 기반으로 ICT 기술을 도로정비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머지않아 도로는 모든 교통수단과 도시기반시설, 그리고 ICT 기술을 융합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7. 경제 성장기에 대도시 간선도로의 적기 확보

도시가 평면적으로 확산되던 1950~1970년대에는 간선도로도 수평적 확산으로 대응하였으나, 교통수요가 폭증하던 1980~1990년대에는 입체적 도시고속도로 확보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대도시 공간구조의 골격을 이루는 간선도로는 첫째, 도시 중심과 외곽을 직접 연결하는 방사형 도로와 둘째, 도시 외곽을 연결하는 순환도로 형태로 확보되어왔다. 초기에는 하천 제방 위를 따라가다가, 기존 개발지를 고가구조물로 통과하는 과정을 거쳐, 이제는 지하도로로 정비방향이 바뀌고 있다. 대도시 성장과정에 맞추어 입체적 간선도로를 확보하는 데에는 높아진 환경의식과 함께 경제적인 구조물 건설기술 발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8. 시공기술의 발전과 해외진출

1965년 11월 현대건설이 수주한 태국의 파타니-나라티왓(Pattani-Narathiwat) 고속도로(2차로 99.7km)는 최초의 해외 건설사업으로 기록되지만 혹독한 수업료를 내야만했다. 이 경험은 즉시 경인·경부고속도로 건설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바탕이 되었고, 뒤이어 찾아온 중동 진출의 동력이 되었다. 당시 국내 GDP 대비 건설투자가 15%인 상황에서 시공경험을 축적한 국내 건설사들은 도로분야를 앞세워 중동의 오일달러를 획득하였다. 인건비가 높아지게 되어 시공 중심의 수주액과 수주비중이 대폭 줄어들게 되었지만 이제는 부가가치가 높은 기획, 특수교량, 터널과 같은 기술 중심의 사업수주로 변화하고 있다. 


9. 도로기술 개발

「도로법」에서 위임하여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부령인 「도로의 구조 및 시설에 관한 규칙」은 도로 기술기준의 최고위에 있지만 실제 도로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데에는 매우 복잡하고 상세한 규정을 따라야만 한다. 설계단계에서 지켜야 하는 것이 설계지침이고, 시공과정에서는 표준시방서와 전문시방서를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별 시설기준이나 절차에 대해 기술한 훈령/예규/지침이 있다. 이와 같이 방대한 기준, 시방서, 지침 등을 만들어 낸 배경에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인력양성과 R&D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10. R&D와 인적 기반

연간 100조 원에 달하는 건설산업 규모에 필요한 기술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 1994년부터 국가차원의 건설기술 연구개발사업이 시작되었으며, 2003년부터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현 국토교통기술진흥원)이 R&D관리를 전담하게 되었다. 2005년도에 약 1,600억 원이던 R&D 규모는 2017년 4,700억여 원에 도달하였지만 아직도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는 크게 못 미친다. 2015년 말 제정된 「국토교통과학기술 육성법」에 의해 향후 R&D 성장을 기대한다. 

한국의 도로 관련 공공 연구기관은 크게 정책, 기술, 실무 세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과 한국교통연구원은 도로정책과 계획 분야를 선도하여 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각각 국도와 고속도로의 기반시설에 특화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지자체 산하 연구원은 정책과 실무 분야 연구를 확대해가고 있다. 


강정규 _  jgk5707@gmail.com




참고문헌
1. 국토교통부, 도로업무편람, 2016
2. 국가건설기준센터(http://www.kcsc.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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