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7-26 13:11
[기획시리즈] 도로의 구조 및 시설 기준 발전 과정 (제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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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기준의 변화

도로시설은 시간과 공간에 걸쳐 통일성과 일관성이 요구되는 중후장대한 시설이어서 겉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요소기술들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과거 굴곡진 간선도로들은 곧게 펴졌고, 불규칙하던 도시가로들도 정형화되었다. 도로설계기준(국토교통부, 2016)에 의하면 설계기준이란 “도로시설을 설계할 때에 적용해야할 최소한의 일반적·기술적 기준”으로 정의되는데, 계획, 구조, 토공, 배수공, 구조물공, 포장공, 터널공, 도로안전시설, 부대시설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도로를 만드는 분야별 기술들은 지난 60년 동안 때론 독립적으로, 그러나 대부분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발전해왔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도로망은 과거와 현재의 기준이 복합된 시계열적 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 설계기준은 그 시대의 경제여건과 기술수준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이니 기술의 변화 과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광범위한 설계기준 가운데 도로의 물리적 형상을 결정하는 기하구조(횡단면과 선형) 및 시설 기준을 중심으로 시대적 변화를 정리해보자. 


1960년대 이전 구조기준

1911년 4월 일제가 공포한 도로규칙은 도로의 종별, 관리 및 비용의 부담에 관한 11조의 규정으로 되어 있었다. 도로의 종별은 1등·2등·3등 및 등외도로의 4종으로 구분하여 폭원을 규정하였는데 조선시대 도로 구분(대로·중로·소로)과 비슷하였다. 이후 도로규칙은 수차례 개정되다가 1938년 「조선도로령」(제령 제15호)이 제정되었는데, 1920년 일본에서 제정된 「도로구조령」 및 「가로구조령」에 바탕을 두었다. 「조선도로령」에서는 도로의 종류, 등급 및 인정, 도로의 관리, 점용과 노변 지역의 이용제한에 대한 규정이 있었으며 도로에 관한 비용과 수입 등 도로에 대한 체계적인 규정이 포함되었다. 도로의 종류를 국도, 지방도, 시도, 읍·면도로 구분하였고, 도로 종류별로 폭원, 최대 경사, 곡선 반경, 교량 하중, 터널 폭원 등 시설기준도 규정하였다. 


1965년 「도로구조령」 : 우리가 만든 최초의 도로설계기준

1961년 12월 27일 제정된 「도로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공도로에 대한 기본법으로 도로의 종류를 1급 국도, 2급 국도, 특별시도, 지방도, 시도, 군도로 구분하였으며 도로의 구조 등에 관한 기준(제31조)은 각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1963년 2월 26일 개정된 「도로법」에서 도로의 구조에 관한 규정은 제39조로 옮겨졌다. 1965년 7월 19일 한국 최초로 제정된 「도로구조령」(대통령령 제2177호) 제1조(목적)에서는 “「도로법」 제39조의 규정에 의하여 도로구조의 기준을 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도로의 종류를 1급 국도, 2급 국도, 특별시도·지방도, 시도 및 군도로 구분하고 이를 교통량과 지방부·도시부에 따라 제1종 내지 제5종으로 세분하였다. 지형과 등급에 따라 설계속도는 최대 80km/시(제1종 평지부)부터 최소 30km/시(제5종)까지 구분하였다. 최대설계속도 80km/시에 적용하는 평면곡선반경은 300m, 시거는 110m 수준이었다. 당시 차도의 폭은 차로, 길어깨, 측대 등으로 세분하지 않고 속도, 교통량, 차종에 따라 전체적인 폭원 정도만 정하였다. 도로의 종류별로 본선 기하구조 기준 위주로 규정되었고 교차로, 포장, 방호시설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포함되지 못하였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설계기준 수립

1965년 「도로구조령」에는 아직 고속도로에 대한 개념이나 설계기준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여서 곧 이어 시작될 고속도로 설계에 활용할 수는 없었다. 국가기간고속도로건설조사단에서 채택한 경부고속도로의 주요 기하구조 기준은 설계 속도 80~120km, 차로 폭 3.6m, 최소 평면곡선 반경 300~600m, 시거 110~120m, 최대 종단구배 3~7%이었다. 한편 교량 및 구조물의 설계 하중에는 DB18이 적용되었다. 횡단폭원은 토공부가 13.2m, 교량부가 11.7m, 터널부가 9.88m 내외였는데, 시설별로 차로 폭은 3.6m로 동일하였지만 교량과 터널의 길어깨 폭을 줄여서 구조물 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1979년 「도로구조령」 : 현대적 도로 구조기준 확립

1979년 11월 17일 14년 만에 전문 개정된 「도로구조령」 제1조에서는 “「도로법」 제39조, 「고속국도법」 제4조 및 「유료도로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해 도로를 신설 또는 개축하는 경우의 도로구조의 일반적·기술적 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5년 「도로구조령」과 비교하면 대상범위가 기술적 기준을 넘어서 일반적 기준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하구조 기준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설계속도 100km/시와 120km/시 구간에 적용될 최소평면곡선반경은 각각 460m와 710m로 규정하였으나, 지형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특별평면곡선반경 230m와 570m까지 축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소정지시거는 설계속도에 따라 각각 110m(80km/시), 160m(100km/시), 210m(120km/시)로 정하였다. 최대종단경사는 3~6%로 하였다. 전체 차도 폭만을 규정한 1965년 「도로구조령」과는 달리 1979년 「도로구조령」에서는 구성요소별로 최솟값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경우 본선 차로 폭(3.5m), 우측 길어깨 폭(2.5m), 좌측 길어깨 폭(1.25m, 터널은 1.0m), 중앙분리대에 설치하는 측대 폭(0.75m), 중앙분리대 폭(3.0~4.5m) 등이다. 한편 교량 및 구조물의 설계하중을 DB18에서 DB24(표준트럭하중)와 DL24(차로하중)로 높여서 향후 신설도로, 호남·남해·영동 고속도로 확장,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기존 구조물의 개량에도 적용하였다.

정리하면 더 무거운 차량이 보다 빠르게 다닐 수 있는 곧고 평탄한 도로를 만들 수 있도록 기준을 높인 것이 1979년 「도로구조령」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1990년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정」

1990년 5월 4일 개정된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정」 제1조에서는 “도로법 제39조, 「고속국도법」 제4조 및 「유료도로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해 도로를 신설 또는 개축하는 경우의 도로구조의 일반적·기술적 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1979년 「도로구조령」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계속도, 최소평면곡선반경 등 기하구조 골격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으나 횡단구성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고속도로의 경우 본선 최소차로 폭(3.5m)은 전과 동일하였으나, 우측 길어깨 폭(3.0m)은 이전보다 0.5m 늘렸으며, 좌측 길어깨 폭은 1.0m로 하였다. 설계속도 80km/시, 100km/시, 120km/시에 대한 최소정지시거는 각각 140m, 200m, 280m로서 1979년 「도로구조령」 기준보다 25~33% 길어졌다. 도시지역 도로에서 소음 관련 민원이 늘어나면서 도로연변에 방음시설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1999년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1999년 8월 9일 건설교통부령 제206호로 만들어진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시대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일부 변화가 있었으나 대부분 미세한 조정에 그쳐 큰 골격은 변화하지 않았다. 앞지르기 시거, 연결로, 교량에 대한 내진성 고려 등의 개념이 추가되었다. 고속도로의 횡단구성에 적용된 세부 폭원들은 모두 1990년 기준과 동일하였다. 


2009년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2009년 개정된 「도로의 구조・시설에 관한 규칙」에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보행시설물, 접근관리 설계기법의 정의가 추가되었다. 소형차전용도로와 홀수차로도로 설치규정도 마련되었다. 고속도로의 선형과 횡단구성은 1990년, 1999년 기준과 동일하였다. 

1979년 「도로구조령」 개정으로 도로 설계기준이 크게 높아지자 1980년대 중반 이후 출현한 도로에서 교량과 터널의 비중이 급속하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10년 단위로 개통된 교량과 터널의 비중을 살펴보면 1960년대 0.19%(1960년대), 0.23%(1970년대), 6.43%(1980년대), 34.09%(1990년대), 28.39%(2000년대), 57.67%(2010년대)이다. 고속화, 안전중시, 환경저항으로 인한 지하화 선호, 기술발전으로 인한 구조물 공사비용 하락 등의 여건 변화가 설계기준에 반영된 결과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설계속도 140km/시를 목표로 추진된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현재 유럽의 최고 제한속도 120~140km/시와 어깨를 겨루는 수준이다. 설계속도가 높아지면 평면곡선반경, 종단경사, 시거, 차로폭 등 선형과 횡단구성, 관련 시설 등의 설계기준 역시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7월 20일 개최된 「도로의 구조・시설에 관한 규칙」 개정(안) 공청회 내용에는 설계속도 상향 조항이 포함되지 못하였다. 


강정규 _  jgk5707@gmail.com



참고문헌

1. 국토교통부, 도로설계기준, 2016 
2. 한국도로공사, 업무통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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