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2-21 15:09
빅 데이터 기반의 도로정책이 되려면... (제124호)
조회 :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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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는 인공지능과 함께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지능형교통시스템이 전국으로 파급되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고, 민간의 내비게이션 데이터와 통신데이터의 활용 가능성과 타당성도 일찌감치 입증되어 있다. 빅 데이터의 일차적 관건은 데이터인데, 이러한 데이터가 이미 확보되어 있는 도로교통분야는 많은 공공분야 중에서도 빅 데이터의 가장 유망한 활용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빅 데이터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차고도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빅 데이터에 대한 설명에 많은 지면을 할애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빅 데이터라는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에 방점이 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도로교통 분야에는 이미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고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렇게 데이터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데이터 기반으로 도로정책을 입안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고 그 데이터 활용을 위한 시스템까지 구축하였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입안과 의사결정이 실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대안으로 대국민 체감형 서비스를 발굴하고 시도하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한편에서는 빅 데이터에 대한 여러 가지 장밋빛 그림이 그려지고, 또 한편에서는 실체를 찾기 어렵다는 식의 회의적인 시각들이 표출되는 것도 이런 데에 기인한다.

빅 데이터 본연의 목적은 미래지향적 가치를 창출할 정책 발굴과 이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 사족이겠지만 모든 정책과 모든 의사결정을 빅 데이터 기반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아니고 하자는 것도 물론 아니다. 이 본연의 목적인 정책 활용보다는 대국민 서비스 발굴 쪽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데 있어,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결과라 생각된다. 이 경우, 일회성 관심을 끌 수는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유용한 대국민 서비스로 성공한 예는 극히 드물다. 여력으로 유용한 대국민 서비스를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빅 데이터 본연의 목적인 정책입안과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찾고, 정책의 정확성과 효과성을 높여 그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데이터 여건은 성숙되어 있는데 빅 데이터 기반 도로정책 입안과 의사결정 지원성과가 지지부진하다면, 그 장애요인을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거창한 도로정책과 복잡 미묘한 의사결정은 차치하더라도, 정책과 의사결정의 가장 기초가 되는 교통량이나 속도 같은 기본 지표조차 지역/도시간,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도로간 비교가능하게 생성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 복잡한 이론을 담은 수식에 의한 지표 계산은 오늘날의 컴퓨팅 파워를 생각하면 오히려 큰 이슈가 아니다. 이슈는 지역/도시간, 다양한 계층의 도로간 일관성 있게 생성하여 비교가능한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속도만 해도 관측단위에 따라 지점속도, 구간속도, 경로속도, 통계방법에 따라 산술평균, 조화평균 등 어느 것을 취하느냐에 따라 같은 교통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속도 통계치가 생성된다. 교통량도 5분 통계치를 12개 모아서 1시간 교통량을 생성한 것과, 1시간 교통량을 그대로 수집한 것은 전혀 다른 값이다.

현재 지자체마다 도로관리청마다 데이터는 각각 다른 조건에서 다른 특성의 장비에 의하여 수집되고 있으며, 수집의 시간적, 공간적 범위도 다르고 집계방법도 다르다. 국토교통부에 매년 제출하는 지자체의 교통량/속도 조사 보고서도 단적인 예이다. 당초 자동수집 장비가 없던 시기에 일관된 통계치 생성을 위해 매년 10월 셋째 주로 조사 시간을 통일하고 만들기 시작한 보고서이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능형교통시스템 구축과 함께 자동수집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지자체마다 구축된 수집체계의 공간적 범위는 다 다르다. 각 지자체에서 발간하여 국토부에 제출하고 있는 보고서에 담고 있는 통계 지표들은 이렇게 다른 공간적 범위에 제각각의 시간적 집계범위와 집계방식에 따라 생성된 값들이다. 즉 지자체마다 제출한 보고서의 교통량 속도 지표는 같은 의미를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지역간/도시간 비교우위를 판단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데에는 활용할 수 없다. 비교가능한 지표가 생성되도록 표준화된 방법론을 개발하고, 이에 의거하여 지표가 생산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론 개발이 이루어진다 해도, 실제 방법을 바꾸는 것은 사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방법을 바꾸게 되면 통계치가 바뀌게 되고, 그간 축적되어 온 추세의 일관성을 상실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비교가능한 지표가 생산될 때 비로소 도로정책과 도로투자 의사결정의 근간으로 삼을 수 있고 데이터 기반 도로정책이 가능하게 된다.

두 번째로 데이터 기반 도로정책을 위해 필요한 것이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이다.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혹자는 오픈 소스에 의해 개발된 플랫폼으로 혼동하기도 있는데,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은 오픈 소스에 의해 개발될 수도 있고, 상용 소스에 의해 개발될 수도 있다. 기 구축된 도로교통 혹은 대중교통 관련 데이터 플랫폼은, 제한적 범위의 주로 집계성 데이터를 내려 받는 게시판 기능과 관리자가 게시하는 지표 조회가 주 기능이다. 관리자 측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지표 그대로만 조회 가능하고, 관리자 측의 판단 혹은 사정에 의해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만 내려 받는 플랫폼은 개방형이 아니다.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지표를 수정하거나, 시각화 방법을 변형하거나, 또는 새로 생성할 수 있는 등 서비스를 개발해 쓸 수 있고, 제한적이 아닌 필요한 범위의 데이터를 추출해 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이다. 다양한 수요자 혹은 수요기관이 여건도 다르고 필요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관리자가 수요자/수요기관의 필요에 따라 아무리 많은 지표를 공들여 개발하여 게시해 준다 하더라도, 수요자/수요기관의 다양한 요구를 다 반영하고 다 충족시킬 수 없다. 어느 수요기관도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게시한 지표를 그대로 활용하여 도로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근거로 삼기는 힘들다. 이제까지 교통분야에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들이 구축되어 있지만, 도로정책 입안이나 의사결정에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플랫폼에 게시된 지표가 무의미해서도 아니고 양적으로 부족해서도 아니다. 수요자 혹은 수요기관 각각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의 개방성 부족에 기인한다. 제한적 범위의 집계 데이터를 내려 받는 기능만으로는 다양한 수요자/수요기관의 데이터 필요를 결코 만족시킬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용의 활성화와 지속적 이용을 유도하기 힘들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빅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데이터 활용이 제한된 현 플랫폼에서는 민간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다. 진정한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할 이유가 이것이다.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에서, 동일한 분석툴과 표준화된 분석환경에서 지역간/도시간 비교가 가능한 일관성 있는 지표 생성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플랫폼이 제공하는 분석 환경에서, 지역적 필요에 따라 지표 수정 혹은 추가 서비스 개발 등이 가능해짐으로써, 각 수요기관의 정책 활용도 활성화될 수 있다. 지표의 신뢰성은 데이터의 신뢰성에서 출발하는데, 중앙의 관리자가 막대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보장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에서 데이터 모니터링 및 검증 기능을 제공하여, 각 수요기관에서 검증결과를 피드백할 수 있을 때 데이터 신뢰성이 제고되며, 수요기관에서도 보다 자신있게 지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개방형 플랫폼에서 더 자유로운 데이터 접근을 보장할 때, 민간의 창의성에 의한 민간주도의 서비스 개발을 유도할 수도 있다. 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가능하고, 민간이 창의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가능한 그런 플랫폼만이 데이터의 가치를 살리는 진정한 빅 데이터 플랫폼이다. ▣


박은미_peunmi@mok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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