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20 17:15
저성장 고령화 시대 도로정책의 방향 (제114호)
조회 :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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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우리나라 경제는 이제 저성장 단계에 접어들었고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조만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인구가 감소한다면 여객통행과 화물물동량 수요도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신규 도로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한편,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정부예산 지출 구조도 바뀔 수밖에 없다. 세수 증가가 어려운 가운데 복지비용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도로와 같은 SOC 분야에 대한 재정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한정된 도로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 도로정책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도로정책이 기존에 건설되었거나 이미 계획이 확정된 간선도로망의 활용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해 도로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자고 제안한다. 아울러 지방분권화 시대에 걸맞게 지역적 수요를 반영하고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지역맞춤형, 지방분권형 도로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고령화 시대 고령자의 안전과 편의를 중시하는 세심한 도로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도로 연계성 강화로 교통 접근성 강화
 
도로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국도 같은 국가 간선도로와, 지역 내부를 연결하는 지방도, 시도(市道), 군도(郡道), 구도(區道) 같은 지역 내 연계도로로 구분할 수 있다. 인체에 비유하자면 고속도로는 동맥, 시·군도, 구도 등은 모세혈관과 유사하다. 인체의 건강과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서는 심장과 팔다리를 연결하는 동맥도 중요하지만, 온몸의 세포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는 모세혈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꾸준히 고속도로와 국도에 투자하여,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전국 간선도로망의 큰 골격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 이를 통해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졌고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었다. 그렇지만 간선도로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 내부를 연결하는 국지적 도로망은 부족하다. 단적인 예로, 멀리 떨어진 서울이나 대도시로 가는 것보다 가까운 옆 동네로 가는 것이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간선도로망에 비해 지역 내부 도로망 연결성이 오히려 미흡하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여 향후 도로정책은 이미 값비싼 투자를 통해 건설된 고속도로와 국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간선도로와 주변지역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지역 연계 교통망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 지역 연계 교통망이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자하면서 기존에 간선도로망과 바로 연결되지 못했던 교통소외지역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고속철도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속철도역과 주변지역을 연결하는 연계 도로망에 대해서도 투자가 필요하다. 철도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는데, 단점 중 하나는 일정 궤도를 운행하는 철도만으로는 문전서비스(door to door service)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철도가 효과적인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결절점인 철도역과 주변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망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고속철도가 주는 편리성과 혜택을 늘리려면 전 국민이 고속철도를 쉽게 이용하도록 해야 하고, 이 때 필요한 것이 고속철도역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도로망이다. 고속철도역이 국내 주요 도시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교통 결절점이라면, 세계 다른 나라와 연결되는 교통의 결절점은 항구와 공항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항구와 공항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이와 연결되는 연계 도로망 구축이 중요하다.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지역맞춤형 도로정책
 
도로정책 방향이 신규 광역도로망 건설보다 기존 교통망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연계성 강화에 중점을 두게 된다면, 도로정책의 중심도 광역도로망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중앙정부보다는, 지역의 교통 실정을 잘 알고 있고 지역 내 연계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향후 도로정책에 있어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시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별로 필요로 하는 도로 수요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저성장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빠르게 성장하는 곳도 있고 고령화가 더 심각한 지역도 있다. 현재 추세를 보면 수도권 지역으로 인구와 산업의 집중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수도권에 인접한 충청과 강원 일부 지역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와 함께 산업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대다수 농촌 지역의 경우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인해 지역 소멸을 걱정할 지경이다. 이러한 지역 간 차별성을 감안한 세밀하고 섬세한 지역맞춤형 도로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앙집권형 국가이고 재정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가 정부재정 대부분을, 그리고 도로재정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는 구조에서, 지방정부가 지방도나 시·군도의 건설과 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재정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경우 연계 도로망 구축의 필요성은 높지만, 이에 소요되는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 대체로 발전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지방재정도 어렵지만 국가 간선도로망 혜택도 덜 받고 있고 교통 접근성도 좋지 않다. 교통 접근성이 나쁘니 지역 발전의 잠재력도 낮아지고, 다시 중앙정부 교통투자의 우선순위도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저발전 지역의 도로투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지역맞춤형 도로의 건설과 관리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이때 중앙정부가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은 지방정부의 판단에 맡기되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지원해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즉, 도로와 관련된 예산 배분 결정 권한을 지방에 주는, ‘포괄보조 방식’의 예산 운영이 필요하다.
 
 
고령자의 안전과 편의를 배려한 생활도로 개선
 
고령자는 젊은 사람보다 교통사고에 더 취약하다. 또한, 최근 고령자들의 개인 이동수단으로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사륜오토바이 등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의 도로구조나 도로운영 방식으로는 이러한 고령자 개인 이동수단의 안전 운행을 담보할 수 없다. 인구가 적고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 지역의 경우 택시나 승합차를 이용한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지원사업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농촌 지역은 협소한 도로로 인하여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이 원활하지 못한 곳도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편의를 섬세하게 배려하는 도로정책이 필요할 때다. 예컨대, 고령인구 비율이 높고 도로여건이 열악한 농촌지역에서는 고령자 개인 이동수단과 일반차량의 안전한 교행을 보장하는 도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맺으며
 
도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이다. 그렇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도로이용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특정 장소에 고착되어 있는 도로의 특성상 지역마다 마을마다 접근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 이유로, 신체적 이유로 도로 이용의 제약을 받는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 누구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도로정책은 도로재정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면서, 낙후 지역에 사는 주민에게도, 고령자에게도 기본 인권 중 하나인 이동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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