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2-20 09:06
대도시에서의 도로 공간의 활용과 정책 방향 (제112호)
조회 :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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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점령한 도로, 이대로 괜찮은가?
 
우리나라는 전후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거듭하면서 국민의 승용차 보유가 보편화된 시대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등록된 자동차 수는 이미 2,100만 대를 돌파하였고, 가구당 자동차 보유도 1대 이상이 되었다. 그 결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대도시에서는 매일 수많은 고층빌딩과 주택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들로 인해 도로는 항상 혼잡하고, 이들이 발생시키는 소음과 유해물질로 많은 사람이 괴로워하고 있다.
 
전국 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만 보더라도 300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등록되어 있고, 이들이 매일 도로 위를 누비며 일으키는 교통사고, 소음, 환경오염, 도로정체 등으로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서울의 지상 공간에는 교통시설이 더 들어설 자리를 찾아보기도 어렵게 되었고, 그동안 건설된 도로로 인해 생활권이 단절되고 지역별로 개발이 불균형을 이루는 등 도시의 양극화 현상이 촉진되었다. 이런 상황은 서울뿐만 아니라 국내 대도시와 해외 주요 대도시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소득의 증가, 안전과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과거 ‘빠르고 편리한 이동’뿐만 아니라 이제는 ‘안전, 건강, 쾌적, 삶의 질 향상’ 추구 등으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도로가 너무 막히고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반면, 보행자는 걸어 다닐 공간도 부족하고 차 때문에 위험하고 시끄럽고 숨이 막힌다고 불만이다. 도로 인근의 주민들은 도로 때문에 지역이 단절되어 생활하기 불편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렇게 대도시의 경우 도로 인프라 공급의 한계와 더불어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다양화가 도로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도로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뉴욕, 런던 등 해외 주요 대도시에서 그동안 자동차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도로의 차로 공간을 축소하여 보도, 쉼터 등 보행 공간을 확대하거나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는 등 보행자와 친환경 교통수단을 중심으로 도로 공간을 재조성하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세종대로 일부 구간의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섬 형태의 광화문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측으로 확장하는 것을 검토한 바 있고, 서울역 고가도로를 폐쇄하여 고가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심지역의 주요 간선도로의 차로 수를 축소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 등 친환경 교통수단의 공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 소통중심의 도로 공간이 점차 보행자와 친환경 교통수단을 위한 공간으로 재조성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기술의 발전으로 도로 위를 달리는 교통수단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동휠, 나인봇, 세그웨이, 전기자전거 등 작고 저렴하고 간편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개인교통수단이 인기다. 이러한 개인교통수단은 중·단거리의 경우 door-to-door 운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장거리 이동을 위한 대중교통 거점까지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 향후 도시교통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새로운 수단이 운행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관련 법·제도도 정비되어 있지 않아 도로운행 자체가 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보행자와의 사고 위험성도 큰 것이 현실이다.
 
도로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의 보행자를 위한 공간 확대와 개인교통수단의 운행공간 마련 요구와 더불어 향후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까지 도로가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때면 비슷비슷한 크기의 자동차가 점령하고 있는 지금의 도로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도로 한쪽에는 전기자전거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개인교통수단이 자유롭게 운행하고 또 한쪽에는 자율주행자동차가 군집을 이루어 달리고 있는 모습도 상상해볼 수 있다. 이때쯤이면 드론과 같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등장하여 이착륙할 수 있는 장소를 도로에서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미래에는 보행자 이용공간 확대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와 함께 중소형의 개인교통수단,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양한 수단의 운행을 위한 도로 공간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광역통행의 증가 전망 역시 도로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고 GTX 등 경쟁노선의 증가로 도로를 이용한 통행수요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하는 등 도로를 둘러싼 교통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교통환경의 변화와 함께 도시개발과 관리 측면에서도 점차 노후화되고 있는 도로 인프라의 관리비용 급증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도로로 인해 단절된 생활권의 회복과 지역 불균형 개발로 인한 도시 양극화 해소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동차 소통만을 위한 현재의 도로 공간 설계와 관리·운영 방식은 앞으로 변화된 환경에 맞게 많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용자 모두를 위한 도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미래의 도로는 자동차뿐 아니라 보행자, 다양한 개인교통수단, 자율주행자동차 등 도로 이용자 모두를 공평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또한, 도시 계획 및 관리 측면에서도 도로가 생활권을 단절하여 시민의 불편을 야기하거나, 지역의 불균형 개발을 촉진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와 관리·운영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도 자동차와 함께 도로 공간을 조화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완전도로(complete street)’ 개념의 도로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고, 런던, 파리 등 유럽의 대도시에서도 자동차보다는 보행자와 친환경 교통수단을 위한 도로 공간재편 및 운영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수단에 더 많은 도로 공간을 할애하는 방향으로 도로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서울시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는 자동차와 보행자,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교통수단이 요구하는 만큼의 공간을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우선 안전과 환경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지상 도로는 자동차의 통행을 최대한 줄이고 보행자와 주변 시민, 친환경 교통수단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하여 소음과 대기오염도 줄이는 동시에 도로 이용자 모두가 안전한 도로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자동차 통행을 위한 지상의 부족한 도로 공간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하 공간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랑스 파리 제2외곽순환고속도로(A86) 지하화,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순환고속도로(M30) 지하화, 보스턴 Big-Dig 프로젝트 등이 지상의 도로 공간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고 자동차 통행은 지하 공간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처리한 사례이다. 서울시도 제물포도로 지하화를 통해 생활권 단절을 극복하면서 지상 공간은 시민을 위한 녹색 공간으로 재조성하는 사업을 이미 착수하였고, 동부간선도로와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치구 주도로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의 지하화 사업까지 공론화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도시 계획과 관리 차원에서 지상 도로 공간의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도로가 지하 공간뿐만 아니라 대형 건물을 통과하고 아파트 단지나 도시공원 하부를 지나가는 등 도시의 모습도 많이 바뀔 것이다. 앞으로는 도로가 지역을 단절시키지 않도록 지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주변 건축물 등 다양한 도시시설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 노후화로 급증이 예상되는 도로의 관리비용도 복합개발을 통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부담하는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도시부에서의 지상 도로 공간은 이제 자동차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람과 친환경 교통수단, 주변 건축물과 도시시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하고, 자동차 통행은 지하 공간을 최대한 이용 가능하도록 도로의 설계·건설과 관리·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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