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3-21 10:53
역사가 깃든 국도 1호선 (제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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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인류와 함께 발달해왔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물자를 실어 나름에 따라 문명·문화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건물이나 한정된 장소와 다르게 한번 만들어진 길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에 길의 역사는 길이 지나는 땅의 역사와 사람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도로법 상 도로는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도, 군도, 구도 7개 종류이며, 이 중 일반국도는 13,950km(14.12.31 기준)로서 남북으로 27개, 동서로 24개 총 51개 노선이 있다. 51개 노선 중 1호선은 전라남도 목포부터 평안북도 신의주까지로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국도(國道)’라는 이름과 ‘1호선’이라는 상징성을 함께 품어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특별하지만, 실제 가치와는 달리 국도 1호선의 역사가 조명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역사 따라 이야기가 남겨진 삼남길
 
역사를 따라 남겨진 많은 이름 가운데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삼남지방으로 가는 큰 길이라는 뜻의 삼남대로 혹은 삼남길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적인 길 가운데 가장 긴 길이었기 때문에 길에 남겨진 이야기들도 무척 다채롭다.
 
첫 번째, 이 길은 국가적 큰 행사 길이었다. 과거시험을 치르러 삼남지방의 선비들이 한양을 오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 지나가던 꿈의 길이었다.
 
정읍에 있던 ‘괘다리’에는 당시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선비가 건너면 꼭 합격한다는 전설이 생기기도 하였다. 한편 이 길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며 정조대왕이 화성의 현륭원을 오가던 원행길이자 역사의 많은 위인들이 유배지로 귀양을 떠나던 슬픔의 길이기도 하였다. 정약용, 송시열, 김정희, 광해군 및 기묘사화의 주역들이 이 길을 통해 유배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삼남길이 지나는 곳 중 나주의 율정 삼거리에는 특히, 정약용·정약전 두 형제가 함께 유배되다가 이 거리에서 생전 마지막을 함께 하고 서로 다른 유배지로 헤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완주의 지명 삼례에도 얽힌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 태종인 이방원과 그 형인 회안대군 이방간이 왕자의 난을 벌여 왕권을 다투었을 때 승리한 이방원은 형을 살려준다. 이방간은 유배를 떠나 전주 이씨의 초기 발상지이던 전주 근교 이곳 삼례에 자리를 잡았는데,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왕족인 이방간을 향해 세 번의 예를 갖추었다는 데서 삼례의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 이 길은 동학농민군과 보부상들이 이동했던 민초의 길이자 6·25전쟁 당시 전투부대의 이동통로로 쓰이던 아픈 역사의 길이기도 하였다.
 
국도 1호선 옛길 이면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해주기보다 우리 역사 속에 실제로 살아 숨쉬었던 선조의 희로애락을 되새겨보게 한다. 한 장소에 갇혀 머물러 있는 과거가 아니고 옛 이야기 위에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지금도 남아 있는 길을 따라 오늘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근대역사의 산실 국도 1호선
 
‘국도 1호선’이라는 도로 역사의 구체적인 시작점은 조선시대를 지나 근대시기 목포항으로 내려간다. 목포항은 개항 이래 호남지역의 관문 구실을 꾸준히 해왔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일본 제국의 주요한 수탈 창구가 되어 우리 역사 속 아픈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국도 1호선은 바로 이 목포항을 기점으로 1911년 일제가 조선총독부령의 ‘신작로’를 설치한 것을 근간으로 한다. 당시 신작로의 경유지는 경성, 수원, 천안, 조치원, 진산, 전주, 정주(현재의 정읍), 광주, 나주, 목포 등으로 과거 삼남길의 노선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충청남도 천안 이북 구간은 조선시대부터 이미 주요 ‘대로’로 이용하던 거의 그대로였으나, 이남 구간은 일제의 미곡 수탈과 식민 통치 목적에 따라 일부 변형을 거쳤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63년 일본이 건설한 신작로를 중심으로 1급 국도 13개 노선을 지정한 가운데 국도 1호선이 여기에 포함된다. 당시 노선의 이름은 노선번호3 경성목포선(경성, 수원, 천안, 조치원, 진산, 전주, 정주, 광주, 나주, 목포를 잇는 노선)이었으며, 이후 1급 국도 13개 노선의 10개로의 축소를 거쳐 현재 국도 1호선과 유사한 노선이 형성되고, 1970년 국도포장 10개년 계획에 따라 1급 국도와 2급 국도를 일반국도로 통합함에 따라 오늘날의 노선번호 1번인 국도 1호선 이름이 확정된다.
 
당시의 노선지정은 대통령령으로 실시된 것으로, 고속국도와 함께 전국적인 도로망의 중추부분을 이루는 것으로서 국토를 종단 또는 횡단하면서 정치·경제·산업·문화 및 군사상 특별히 중요한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지정된 길이라고 일반국도를 정의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문화적 요로(要路)로서의 국도 1호선 노선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에는 경의선 도로 연결공사로 개성공단과 연결되면서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지만, 금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됨에 따라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2012년에는 목표대교 개통으로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오던 목포 유달산 우체국 옆 국도 1호선 노선의 기점이 목포시 충무동 고하도로 변경되기도 하였다.
 
 
역사가 깃든 도로문화의 형성
 
주지한 바와 같이 도로의 역사는 지역의 역사이자 사람의 역사이다. 그리고 앞에서 증명되었듯이 국도 1호선은 우리나라의 굵직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산실과도 같은 도로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도로의 역사는 자칫 과거의 것으로만 치부될 위험이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대로’는 더욱 그러하다. 수시로 사람의 발길이 닿는 보도와 달리 차로(車路)는 빠르고 안전하게 지나기 위한 목적성 탓에 더 이상 사람의 이야기나 문화가 스며들 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령 차로라고 할지라도 도로문화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도로문화는 단순히 안전하고 신속한 도로의 기본적인 기능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가 쉬어가는 도로변 쉼터와 휴게소, 잠시 머물러 경치를 구경하는 전망대 등 차로 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는 쓰여진다. 더구나 길이 지나는 경로가 많은 이야기와 역사·문화·예술적 자원을 포함한다면 도로의 효용은 훨씬 다양해진다.
 
독일은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가도’ 자원을 잘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로만틱 가도(Romantische Straße)’, ‘괴테 가도(Goethe Straße)’, ‘고성 가도(Burgen Straße)’ 등 7개의 관광가도는 독일의 큰 도시부터 중소도시까지 역사·문화자원을 둘러볼 수 있는 인기 관광 코스이다. 그 중에서도 ‘로마로 향하는 길’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로만틱 가도는 도로가 품고 있는 의미와 가치뿐만 아니라 도로 주변의 낭만적인 정취를 잘 살려 ‘로맨틱 가도’로 사랑받기도 한다. 이는 역사자원에 더해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문화적 자원들을 함께 지닌 국도 1호선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보다 근원적이고 다양한 역사자원을 가지고 있는 국도 1호선의 남한지역 527.5Km 중 2차로로 운영 중인 장성∼정읍, 21.3Km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4차로로 시행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완료하고 나면 경기도 파주군 진서면(판문점) 5.7Km만이 2차로로 남게 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국도 1호선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도 1호선이 이어온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여 해당 구간을 통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나고 싶은 행복한 길’, 도로 주변에 사는 지역민들에게는 ‘지역의 문화를 되살리는 길’로서 도로의 의미를 온전하게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끝으로 소설가 박범신 선생의 글 가운데 “물이 아름다운 것은 흐르기 때문이며 길이 아름다운 것은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듯이 역사를 품은 국도 1호선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만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의 행복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상징의 국도 1호선이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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