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7-25 19:20
모두를 위한 도로 (제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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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국토부문 최상위 계획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의 시안이 마련되어 지역 순회 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국토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성격의 계획으로 향후 20년의 미래 공간구조와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획이다. 본 시안에서는 미래 국토의 비전(안)을 “모두를 위한 국토, 함께 누리는 삶터”로 제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현 시대상황과 미래 여건변화 등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데 매우 적절한 비전(안)인 것 같다. 특히 이 비전(안) 중 ‘모두’라는 단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간 국토공간 정책이 계층, 지역, 세대 등을 초월하여 계획되고 구현되었는지를 현 시점에서 돌아보고, 이를 지향하기 위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단어로 느껴졌다. 최근 사회 각 부문에서 강조되고 있는 공공성 강화 정책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도로정책도 최상위계획이 지향하는 ‘모두’를 위한 정책,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생산과 구현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이른 바, “모두를 위한 도로” 비전이 앞으로의 도로정책이 가야 될 방향이 아닌가 싶다.


모두를 위한 고속도로망 계획(7×9) 

계획 측면에서 모두를 위한 도로, 특히 고속도로 공급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즉 지금의 고속도로망이 구축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국가간선도로망(7×9) 계획과 공공성1)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전 국토를 동서남북의 격자형으로 구성한 국가간선도로망(7×9) 계획은 공간적 정의를 실현한 도로분야의 대표적인 계획체계이자 구상이다. 반나절 생활권 실현을 위한 도로교통체계의 구축, 전국 어디서나 고속도로 서비스를 30분 이내에 접하게 한다는 정책목표는 공간적 정의를 물리적 시설공급으로 구현해보고자 했던 상징적 계획이라 할 수 있다.

고속도로의 공공성, 모두를 위한 고속도로를 고민함에 있어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즉 국가 차원의 일률적인 ‘최저기준’이라는 측면에서의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과 지역적, 계층적으로 다양한 특성과 요구 등을 고려한 ‘최적기준’이라는 측면에서의 로컬 옵티멈(Local Optimum)이다.

당초 7×9계획이 지향했던 전국 어디서나 30분 이내의 고속도로 접근이라는 일률적인 정책목표, 즉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 국민들께 제공하고자 했던 최소기준인 내셔널 미니멈의 완성이 모두를 위한 도로의 하나의 지향이 될 수 있다. 고속도로망 계획이 갖고 있는 정책목표는 최소한의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고속도로의 내셔널 미니멈의 수준, 즉 최저기준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전 국민이 경험하는 고속도로 IC까지 30분 이내 접근 가능한 지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합의수준을 현재의 70% 수준에 만족할 것인지, 7×9의 미구축 잔여물량은 경제적 타당성 미흡 등을 사유로 이제 더 이상 공급에 대한 공적 투자를 멈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전국 어디서나 동서남북 격자형의 도로공급을 통해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던 계획의 목표를 완성해 당초 계획이 지향했던 ‘고속도로를 통한 공간적 정의의 실현’이 ‘모두를 위한 도로’의 지향이라고 본다. 비유를 들자면 인체의 기본 골격은 어느 하나가 불필요하거나 할 수 없는 모두 필요하고 최소한이듯, 고속도로망도 우리나라 간선이동성을 위한 기본 골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설공급 중심의 최저기준인 내셔널 미니멈 차원의 공공성은 지역별 특성과 다양한 요구 및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한 최적기준인 로컬 옵티멈 차원에서의 공공성도 모두를 위한 고속도로가 지향해야 한다. 수도권을 위시한 대도시권 고속도로 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과 고속도로 서비스의 질적 개선 및 신규 서비스 창출 등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다.

따라서 모두를 위한 도로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최저기준인 내셔널 미니멈의 완성을 달성하고 동시에 다양한 시대적 요구와 변화, 지역적・계층적 특성 등을 고려한 최적기준인 로컬 옵티멈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이 양자의 적정한 균형과 정책조합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모두를 위한 도로통행료

두 번째로 모두를 위한 도로정책 중 강조하고 주목받고 있는 정책이 고속도로 통행료 정책일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이 민자고속도로 통행료에 대한 종합적인 정부의 정책방향을 담은 대표적인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정책이 교통 공공성 강화의 주요과제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고속도로 통행료 정책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최일선의 피부에 닿는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그간의 통행료 정책이 다소 공급자 중심적으로 운용된 측면은 없는지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행료는 그 재화를 소비하는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그간 이용자와의 소통과 이를 통한 제도의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라는 동일한 재화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그 재화의 공급주체가 한국도로공사라는 공기업과 민간자본에 의한 운영주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적 통행료 격차를 경험하게 되는 것에 대해 국민의 폭넓은 이해를 구하지 못했던 점, 재화를 소비하고 그에 대한 효용을 느낀 만큼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 가격인데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서비스의 효용(질)보다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괴리에서 발생하는 불만의 누적 등인 것이다. 다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통행료 수준 형성의 다양한 제약이 있었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항조차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석하고 공감대를 얻어가야 하는 상황임을 새롭게 인식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통행료 정책이 교통 공공성 강화의 주요 아이템이긴 하지만 결국 고속도로가 제공하는 가치가 본질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 등 공급주체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주목해야 할 부문도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공익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지, 국민들께 적정 수준의 서비스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는지가 핵심일 것이다.


모두를 위한 도로, 그 재원조달 및 평가체계

국가의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국민의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최저기준의 향상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공급은 그 재화의 특성 상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므로 국가 재정부담은 최저기준의 향상 요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고속도로 투자재원의 원천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다는 측면에서 높은 재정지출 소요와 국민의 담세저항 및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사실상 병립하기 힘든 트릴레마(trilemma)를 극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셔널 미니멈 측면의 공공성 강화 정책은 정부의 재정투자라는 원칙을 견지하되, 로컬 옵티멈 측면에서의 공공성 강화 정책은 중앙과 지방정부 등 다양한 주체간 거버넌스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가령, 대도시권 고속도로 특정 구간의 지정체 원인이 고속도로 본선의 용량초과 문제도 있지만, 고속도로와 연계 접속된 도시부 도로의 혼잡문제와 연계되는 경우 다양한 주체간 재원분담 체계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투자결정을 위한 평가체계이다. 고속도로가 최소한으로 제공해야 하는 내셔널 미니멈 측면의 시설공급 투자정책은 현행 평가체계 하에서는 그 결정이 매우 장기화될 확률이 높다. 현행 평가체계의 주요결정 인자가 경제적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공공성 강화 정책이 적기에 국민들에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공익성, 즉 투자정책의 목표와 효과가 공공의 이익(공익)을 극대화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정책의 공공성을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체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고용석 _ ysko@krihs.re.kr 



1) 고용석, 2017, 공간정의와 국가간선도로망(7×9)의 공공성, 도로정책브리프 122호


* 본 글은 필자의 ‘고속도로 공공성의 방향, 내셔널 미니멈과 로컬 옵티멈(2018 고속도로 제85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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