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6-20 16:28
법치행정과 국토교통부의 신용도 평가기준 (제140호)
조회 :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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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용역업자의 신용도 평가

흔히 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 등에서 개인, 회사, 국가에 대한 신용도를 평가하는데 여기서 신용도란 주로 채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의미한다. “건설기술진흥법시행규칙(이하 “본건 시행규칙”) 제28조 및 「건설사업관리자 사업수행능력 세부 평가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18-942호, 이하 “본건 고시”)」”(이하 “본건 하위규정”)에서도 입찰 시 건설기술용역업자에 대한 신용도 평가를 규정하고 그 평가방법 중 하나로 “재정상태 건실도”를 규정하고 있다. 본건 고시에 따르면 재정상태 건실도는 신용평가등급으로 평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결국 재정상태 건실도는 금융기관 등이 실시하는 신용도 평가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평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본건 하위규정에서는 신용도를 평가함에 있어 재정상태 건실도 외에 관계 법령에 따른 입찰참가제한, 영업정지, 벌점 등에 대한 감점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벌점의 경우에는 일정한 위반행위에 대해 벌점을 주어야 하고, 벌점에 대해서는 입찰시 불이익(감점)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건설기술진흥법 제53조 및 동법시행령 제87조). 반면 입찰참가제한, 영업정지(이하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한 감점에 대해서는 법률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시행령 제87조에서는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해서는 벌점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법률유보(法律留保)의 원칙에 비추어 본건 하위규정 상 감점 규정이 상위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나아가 현행 법규에 정면으로 위반될 소지는 없는지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그 개정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건설기술진흥법령상 이중제재 금지조항과 신용도 평가기준 

건설기술진흥법은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제재 수단으로 등록취소, 영업정지, 벌점 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벌점에 대해서는 입찰시 감점을 주도록 규정하면서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해서는 벌점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해 법령에서 이중적인 행정제재를 금지한 것은 입찰참가제한등은 그 자체로 영업활동에 대한 중대한 제재라는 점에서 동 처분을 받은 자에게 다시 이보다 경한 벌점을 주는 것은 입법 정책적 측면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법률이 벌점 처분에 대하여 입찰 시 불이익을 주도록 규정한 것은 만일 그러한 불이익마저 주지 않으면 벌점은 행정제재로서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해 상위 법령에서 벌점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하위규정에서 감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기술진흥법시행령 제87조에 따르면 벌점에 대한 불이익으로 감점이 부여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결국 감점은 실질적으로 벌점의 부과와 다를 바 없다. 더 나아가 본건 고시에 따르면 벌점의 경우에는 일정 벌점 이상 누적된 경우에만 감점을 적용받아 입찰 시 실제 벌점의 누적으로 인하여 감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감점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보면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한 감점은 벌점의 부과보다 사실상 더 큰 불이익에 해당한다. 결국 하위 규정이 상위 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률유보(法律留保) 원칙과 하위규정상 신용도 평가기준

헌법상 기본원리 중 하나인 법치주의는 법률유보 원칙, 즉 행정작용은 원칙적으로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법률유보 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 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때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획정(劃定)할 수 없고 구체적인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08. 2. 28. 2006헌바70 등).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보면 최소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침익적(侵益的) 행정작용에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건 하위규정상 감점 규정을 살펴보자.

우선 감점은 입찰 평가시 참가자간 미미한 점수 차이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으로 또 다른 형태의 입찰참가제한의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감점의 효과와 성격을 감안하면 하위 규정을 통한 감점을 위해서는 감점 부여의 법적 성격이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현행 법령이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해서는 벌점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감점을 위해서는 더욱 명확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건설기술진흥법 제35조제2항 및 동법시행령 제52조는 건설기술용역업자의 능력, 사업의 수행실적,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입찰참가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본건 하위규정상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한 감점 규정은 일반적인 신용도 평가의 의미와 방법에 비추어 법령상 신용도 평가 규정에서 예정하고 있거나 혹은 예측할 수 있는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에서 위 법 제35조제2항 등을 본 감점 규정의 근거 규정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규칙에 마련된 부실벌점 규정은 무효이므로, 이에 기초한 벌점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국민권익위원회. 2019.4.17).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본건 하위규정상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한 감점이 벌점의 부여보다 오히려 더욱 강한 불이익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률의 근거 없는 벌점 규정이 무효라면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감점 부여 규정은 그 처분성 여부를 떠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다.


평가기준 설정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과 한계

법치주의는 역사적으로 행정권의 자의적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태동하여 오늘날 헌법의 기본원리를 이루고 있다.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제재의 수단과 정도는 제재의 목적과 균형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며, 이러한 균형관계를 상실하는 경우 헌법 위반이다(2005. 10. 27. 2004헌가21 전원재판부 등). 법률상 제재수단 외에 행정부가 명령이나 고시 등의 형식으로 자의적인 불이익 규정을 남발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법치행정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본건 하위규정이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힘이 없다고 하여 법치행정의 원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현행법상 발주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세부평가기준을 정할 수 있어(시행령 제52조제5항) 결국 이러한 하위규정은 발주청을 통해 입찰참가자에 대한 대외적인 구속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평가기준의 설정이 행정부의 자율적인 정책 판단에 맡겨진 폭넓은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점과 신용도라고 하는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 역시 행정부에 재량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설정된 기준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하며, 법률의 명시적 규정이나 취지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본건 하위규정상 입찰참가제한등에 대한 감점 규정은 합법성과 합목적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으므로 시급히 개정하여야 한다. 본건 시행규칙상 “관계 법령에 따른 입찰참가제한, 영업정지”에 대한 감점 규정과 본건 고시상 “입찰참가제한, 영업정지(과징금 부과처분 포함), 업무정지”에 대한 감점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보다 바람직한 것은 현행법상 신용도 평가의 근거가 되는 법률 규정은 법 제35조인 반면 벌점에 대한 감점의 근거 규정은 법 제53조로 신용도 평가와 벌점과 감점의 근거가 되는 모법(母法) 규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과 일반적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시행하는 신용도 평가의 내용 등을 감안하면 현행 신용도 평가에서는 “재정상태 건실도”만을 평가하고, 벌점에 대한 감점은 별도의 항목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홍성필 _ sphong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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