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20 11:10
나의 2.27원 : 자율주행차에 관한 소고 (제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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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미국에 살게 되었다.  1-2년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냈다. 수년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와 한국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서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한시적 과태료를 통한 수요 억제를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나의 의견을 듣고 계시던 아버님께서 “너, 미국에 너무 오래 살았다”라는 말로 우리의 대화를 마무리하셨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 아버님이 말씀이 맞을수도 있을것 같다. 얼마전에 한국 뉴스에서 정부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서 규제혁파 로드맵을 확정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미국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다. 시속 1,000km가 넘는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먼 나라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도로정책이나 사업들은 미국에서 그 근거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외국 사례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이나 사업들의 당위성을 부여하는데 있어서 종종 이용되었고, 그런 면에서 미국은 가까운 나라였다.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는 미국은 연방국가 시스템이고,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가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관계가 얼핏보기에는 비슷하게 보일수도 있으나, 실제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는 50개주를 연결하는 National Highway System(NHS)이 있지만, 같은 위계에 속하는 도로나 비슷한 설계기준을 만족하는 도로 선형이라도, 주마다 다른 제한속도를 적용하고 있다. 신규 면허의 취득연령이나 심지어는 안전벨트를 착용에 관련한 단속 기준도 주마다 다르다. 미국에는 과속단속 카메라의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주가 대부분이고, 유료도로의 운영여부도 주마다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분야에 있어서 미국 연방정부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것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가 교통분야의 큰 키워드로 떠 오른지 시간이 좀 흘렀다. Google car의 유튜브 비디오로 시작된 자율주행차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Tesla의 Autopilot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질문은 언제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될 수 있는냐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전문가들은 대답은 몇년째 “Really close(매우 가까운 미래)”이다. 알려진대로 구글의 자회사인 Waymo는 이미 수백대의 자율주행차량을 아리조나주의 Chandler라는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많은 차량들은 Adaptive Cruise Control(ACC), 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AEBS), Lane Keeping Assist(LKA)같은 Level 1 automation 기능을 이미 지니고 있다. 그런가하면, 어떤 전문가들은 Level 5 수준의 automation을 가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직도 What if?(만약에)라는 질문이 많은 자율자동차 분야는 그 특성상 자동차 메이커 혹은 관련 업계들간의 경쟁 및 기술보안이 심하고, 그로 인해서 그 내용을 공유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공공재로 분류되는 도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기관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이 큰 흐름을 바로 이해하고, 적절한 비전 제시와 더불어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안전의 기준

자율주행차에 따라 붙는 가장 큰 수식어는 안전성의 향상이다. 교통사고의 90퍼센트 이상이 운전자의 실수라는 통계에 근거해서, 자율주행차는 완벽하거나 혹은 그에 가까운 안전성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여태까지 Tesla의 Autopilot은 두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낸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자면, 인간이 운전하는 경우보다 사망사고의 위험이 ¼로 줄어든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6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총 4,292명이니까, 만약 우리나라의 모든 운행 차량에 지금 현재 기술의 Autopilot을 적용한다면 사망자가 반이상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망자 수를 일년안에 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성과이지만, 일년에 천명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자율주행차량에 대해서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최근에 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미국 자동차 협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73퍼센트의 미국인들은 자율주행차량을 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는 작년보다 약 10퍼센트 증가한 숫자이고, 응답자들은 현재의 기술에 대해서 회의적이거나 혹은 안전도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작년에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Autopilot 운전자의 사망사고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즉, 한번의 자율주행차의 교통사고가 일반인의 인식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에서 했던 단순 계산처럼, 현재의 자율주행기술은 이미 평균 운전자보다 안전 주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수 있으나,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신이 평균수준 이상의 안전한 운전자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역할

지난달 Tesla가 Enhanced Autopilot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미화 5,000불)를 선전하면서, “subject to regulatory approval”라는 조건을 마지막에 달았다. 고속도로 상에서는 완전 자율주행하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권장하면서, 기존의 도로교통 및 관련 법규에 근거해서 새로운 자율주행시스템이 허가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조건을 단것이다. 우리나라도 규제혁파를 통해서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민간분야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따른 법·제도의 정비를 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한 예로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관심많던 플로리다주 교통국은 관련 도로법규를 정비하려고 했는데, 매년 초안을 만들 때마다 그 내용이 빠른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결국은 구글에 있는 엔지니어들을 불러서 초안을 작성하는 작업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지난 10월 미국 교통부는 “Preparing for the Future of Transportation”이라는 제목의 Automated vehicles 3.0을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아래와 같은 총 6개의 원칙이 포함되었다.

1. We will prioritize safety.
2. We will remain technology neutral.
3. We will modernize regulations.
4. We will encourage a consistent regulatory and operational environment.
5. We will prepare proactively for automation.
6. We will protect and enhance the freedoms enjoyed by Americans.

불과 일년 전에 발표되었던 Automated vehicles 2.0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3.0에서는 기본적인 원칙만 두고 Voluntary compliance and reporting process를 통해 기존의 자동차 업계 및  관련 산업들과 협력을 강조한 점이 눈에 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을 발표하던 날, 미국 교통부 장관인 Elaine Chao는 Workforce implication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즉, “자동화”로 인해서 사라지거나 혹은 바뀔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1908년에 포드에서 T모델 자동차가 생산되고, 판매되기 시작되었을 때 3년만에 마차를 만들던 모든 회사들이 망했다. 즉, 기술의 혁신과 발전은 어떤 면에서 매우 파괴적이고, 종종 그 여파는 불균등하게 사회에 미치는 경우가 많다. 


맺으며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인 요기 베라가 한 명언 중에 이론적으로 보면 이론과 실제가 별 차이가 없지만, 실제 해보면 이론과 실제가 차이가 있다는 말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차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론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일반도로상에서 자율주행차로 통행을 해 본 사람들은 매우 적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들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도로를 계획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숙제이다. 하지만 지금이 이러한 문제를 토론하고 배우고 많이 고민할 때이다. 영어 표현 중에 “My 2 cents”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의견을 낼 때 말미에 이 말을 적음으로써 자기의 의견이 이센트 정도의 값어치가 있다는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 환율로 계산보니까 2.27원 정도인 것 같다.  


이찬영 _ cylee@cutr.usf.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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