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0-22 10:49
한반도와 대륙 연결, 국경을 넘는 도로통행을 준비하자 (제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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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기운이 감도는 한반도

금년 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4·27판문점선언,  6·12싱가포르공동성명, 9·19평양공동선언 등 한반도를 배경으로 숨가쁘게 진행 중인 역사적 이벤트들과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짓누르던 긴장이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한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을 거쳐, 김정은 위원장의 실질적 집권 2년차이던 2013년의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항구적 국가전략으로 채택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마치고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면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이고, 4월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중지와 경제건설 매진을 공식화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남북, 북미 간 네 차례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핵개발로 미국과 담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상태에서 상호안전보장을 통해 경제개발에 집중하고자 하는 북한의 치밀한 전략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신북방·신남방정책을 바탕으로 하나의 시장을 추구하는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과 미국우선주의를 기치로 하는 트럼프정부의 등장,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산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남북 간 도로 통행 재개는 우리와 대륙을 연결하는 출발점

분단 이후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나 6·15남북공동선언(2000년) 에 합의하면서 2004년에 국도1호선 통일대교북단-개성공단 구간, 국도7호선 통일전망대-고성 구간이 연결되었고, 10·4선언(2007년)에서는 개성평양고속도로 개보수 문제를 명시하였다. 그러나, 2007년에만 200만명 이상이 금강산을 다녀오기 위해 이용하던 동해선 도로가 이듬해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차단되었고, 2015년에도 차량 10만대가 남북을 넘나들던 서해선도 2016년에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끊어졌다. 다행히 올해 판문점선언에서 10·4선언의 합의사업 추진을 위해 도로·철도의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하기로 하면서 막힌 길의 재개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6월에 열린 남북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는 국제기준에 준하는 현대화의 구간을 개성-평양, 고성-원산으로 정하고, 설계·시공의 공동 진행과 선진기술 공동개발협력에 합의하였으며, 9월의 평양선언에서는 금년 내에 도로와 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으로는 군사분계선에 막힌 우리의 형편은 사면이 다 트인 섬보다도 열악하여 한때 선조들이 말달리던 대륙으로 나아갈 길이 묘연하다는 점에서, 남북 접경지의 도로통행 재개는 우리와 대륙을 연결하는 출발점임이 분명하다. 도로를 이어도 우리가 북한의 도로를 쉽사리 이용하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개성, 평양, 신의주로 연결되는 아시안하이웨이1호선(AH1)과 동해고속도로를 통해 원산, 평양, 함흥, 나진으로 이어지는 ‘ㅅ’자형 AH6호선을 따라 사람들과 화물이 빈번하게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AH1호선 연결시 전환되는 수송수단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600km 이하 거리에서 도로의 화물분담률이 37.2%에 이르러 철도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는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북측 교통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는 과중한 재정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소위 퍼주기 논란도 있으나, 북으로 길을 내고 대륙과 잇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 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1591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신사를 통해 조선에 전달한 ‘정명가도(征明假道)’의 글귀는 이듬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명분이 되었다. 침략을 위한 구실에 불과했으나, 명나라를 치고자 하니 길을 빌려달라는 요구는 길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의 이득에 대한 역설이다. 조사 사갱까지 설치하고 한일해저터널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일본 일부의 입장도 대륙과 연결을 통한 경제적, 사회적 이점에 닿아있다. 막대한 자금이 수반되는 SOC 투자는 당연히 합당한 현실적 수요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원조달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으며, 국내외 금융사와 기업들도 이해타산을 저울질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탈냉전 시대에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정서를 걷어내고,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한반도 인프라 확충을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도로를 이용하여 국경을 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언젠가 서울을 출발한 국제여객버스나 파주LCD단지의 수출품을 실은 국제화물트럭이 새로운 서울-신의주 고속도로를 따라 압록강을 건너 단둥에서 중국고속도로 G1113호선을 통해 선양이나 베이징으로 간다면(AH1 노선임), 남북 경계나 북중 국경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쉥겐협약으로 국경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유럽의 경우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국제도로운송연맹(IRU)에 따르면, 유라시아 지역에서 국경통과절차로 인해 운송시간은 최대 57% 지연되고 비용은 38% 까지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이 2016년에 국제도로운송협약(TIR협약)에 가입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등 73개국과 EU가 가입한 이 협약은 타국 도로를 이용한 물류수송의 통관 간소화와 표준화를 위한 것으로, 이미 시행 중인 유럽·러시아·몽골·중앙아를 넘어 동북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전반의 국제수송 효율성이 개선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중국은 TIR협약 가입 직후에 러시아, 몽골과 함께 텐진-울란바토르-울란우데 구간(AH3호선 2,200km)을 대상으로 삼국 간 트럭화물수송을 시범운영하였고, 세 나라는 ‘아시안하이웨이 노선의 국제도로수송에 관한 정부간 협정’을 체결하였다. 우리도 동북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 복합운송과 통과운송에 대한 당사국 간 양자협약 및 국제기구, 관계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약, 관련된 기술 이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도로는 나라마다 제원과 운영기준이 다를 수 있다. 아시안하이웨이로 지정된 노선에 대해서는 국제협정에서 기본제원을 명시하고 있고, 한국도로공사가 수립하고 우리 정부가 제안한 도로안전설계기준이 지난해에 협정의 새로운 부속규정으로 채택됨에 따라 남북한 등 30개 회원국이 비교적 일관된 기하구조를 갖출 수 있다. 그러나 통행 차량의 크기나 배출가스 등 운행규제와 관련한 사항은 나라마다 편차가 커서 국가 간 통행에 대한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레일러를 기준으로 국가별로 최대허용값을 보면, 길이는 16~20m, 총중량은 36~61.5톤, 축중량은 8~17.5톤으로 다양하다. 배출가스 기준은 더 다양해서,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입자상물질 등에 대한 규제가 유로6부터 임의의 자국기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특정 제원의 차량이 어떤 나라에서는 과적, 매연 등으로 운행제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유엔기구에서는 아시안하이웨이를 통행하는 차량의 제원과 배출가스에 대한 범용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를 수행 중인데, 남북 모두 관심을 가져야 사안이다.


길을 통해 우리의 경제무대를 대륙으로 넓히자

주변 대국들과 전략이익이 얽혀 대결구도화되는 지정학(地政學)적 접근 대신, 북한의 변화를 동력으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면서 상호협력을 추구하는 지경학(地經學)적 특성을 잘 활용하면, 한반도는 동북아의 허브로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철도 의존형 교통체계를 가진 북한에서 시장 확대와 경공업 발전에 따른 자동차 대수와 트럭운송 증가, 지역을 오가는 써비차의 확산, 건설붐에 수반된 이동수요 확대 등으로 도로이용률이 크게 늘고, 고속도로 통행료징수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북의 길을 잇고 대륙과 연결하는 것은 반도의 남쪽에 머무르던 우리의 경제무대를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로 확장하는 그랜드플랜의 발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륙으로 가는 길은 그 준비에서부터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김위원장은 조부 집권기인 1980년 이후 무려 36년 만에 당대회를 열고,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현대화·정보화·과학화를 부르짖고 첨단수준의 과학기술 강국을 선행목표로 제시하였다. 한 언론은 ‘전 국민의 이과화’라고까지 묘사했다. 우리의 4차산업혁명 기술혁신과 맥이 닿는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합심하여 이을 길이 단지 차가 다니는 통로만은 아닐 것이다. ICT를 활용한 도로기술의 개발과 적용, 제도개선을 위한 협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가 저서 호모데우스의 서문에서 ‘북한은 자율주행 도로의 최적지’라고 넛지 스타일로 언급한 사실을 기억해보자. 


조성민 _ chosmin@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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