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8-20 10:07
도로의 공공성에 대한 소고 (제130호)
조회 :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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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공공재, 그리고 도로


국가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국가란일정한 영토를 보유하며, 거기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을 가진 집단을 말한다. 사회계약론자인 홉스, 로크, 루소 등에 의하면 국가의 구성원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일부를 국가에게 양도하고 국가로부터 개인의 안전과 생명, 자유, 재산 등을 더 확실하게 보장받는 계약관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 로크와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자유주의 국가론에 따르면 국가의 역할은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기본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것이며, 치안, 국방, 사회기반시설 같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가 마땅히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공공재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이나 많은 유럽 국가들이 고속도로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로를 무료로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로는 무조건적으로 국민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순수공공재로 볼 수 있을까?


여기에서 우리는 공공재의 의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54년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에 의하면 공공재란 비경합성(non-rivalry)과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을 가지고 있어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도로는 공공재의 필수 요소인 비경합성과 비배재성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도로의 비경합성을 논해보자. 도로가 무한정으로 공급되어 항상 여유용량을 확보하고 있을 때 이용자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고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수요가 도로용량을 초과하여 도로혼잡이 발생하고 이용자 간에 빨리 이동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태로 전환된다. 이 경우는 도로의 비경합성이라는 원칙이 무너진다. 또한 이러한 혼잡상황에서는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로를 통제하게 되며 때에 따라서는 도로의 진입을 제한하고 통행료 징수를 통해 도로이용자의 일부를 배제하게 된다. 이 경우 또한 때에 따라서 도로의 비배제성 원칙이 깨지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로는 순수 공공재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도로가 때에 따라 혼잡할 경우 이용자들 간에 경합적이라 할 수 있으며 유료도로의 경우 일부 이용자들에게 제한적이므로 배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의 공공성과 복지


공공성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의 공공성이란한 개인이나 특정 이해관계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로 해석할 수 있다. 여러 문헌 고찰을 통해 정리해 보면 공공성은공익성형평성’, ‘개방성 3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 어떤 정책이나 시설이 국민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느냐? 하는 것과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골고루 이 혜택이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 공공성을 논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결정이나 시설의 계획, 설계, 운영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거버넌스: Governance)가 충분히 있었는가? 하는 것은 공공성을 논하는 마지막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로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당연히 위에서 언급한 공공성의 3가지 핵심요소를 모두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 들어 자유주의 사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주의와 복지국가가 등장하게 되는데 개인들이 떠안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이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다. 이시기의 복지국가를 지향한 많은 국가들은 도로건설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공공사업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재는 시장이 개입해서는 안되며,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면서 도로 및 철도 시설을 정부가 공기업을 설립해서 직접 공공재를 건설하고 운영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복지국가를 지향한 많은 국가들이 방만한 시설투자에 따른 재정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복지국가는 1970년대 이후 다양한 비판을 받아 왔다. 단지 공적 서비스의 확충에 의해 국민복지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종래의 복지국가관은 재정 핍박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획일화, 관료제화라는 문제를 낳는다고 생각되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이후 국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 중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거나 저가의 이용료로 복지를 누리면서 사유재로 대체할 수 있는 공공재는 민간기업이 참여하거나 유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1970년대 고가의 건설비와 유지관리비가 소요되는 고속도로가 도입되면서, 이전에 무료로 도로를 이용하던 것을 고속도로에 한해서 유료로 전환하였다. 대신에 도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를 설립하여 일정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요금은 저가로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공공재의 선택적 복지정책으로의 전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복지국가의 선두그룹인 유럽에서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유료도로 및 민자도로의 양적 성장이 이를 대변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민자도로의 도입과정에서 북한과의 휴전상황과 급변하는 경제의 리스크가 민간자본의 파이낸싱 과정에 반영되면서 지나치게 높은 통행료가 책정되고 막대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금액을 민간에 지불하게 되자 국민들의 반발이 발생하였다. 이후 도로의 공공성 확보방안은 민자도로의 요금인하, 특송기간의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정책으로 정리되었다.


 

맺으며


우리나라의 도로는 사유재로 시작한 철도와는 달리 처음부터 공공재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70년대 이후 막대한 건설비를 충당하기 위해 선택적 복지를 선택하면서 고속도로를 유료도로로 운영하였고 민간기업의 활성화와 건설비 충당을 위해 민자도로를 도입하였다. 최근 이루어진 민자도로의 요금인하와 특송기간의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정책은 도로가 공공재로서 갖춰야 할 공공성을 일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도로건설에 있어 예전에 비해 주민들의 반대와 해당 지자체의 협의 과정에서 공기가 늦춰지는 것 또한 건설비 및 시간비용 차원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공공성 확보의 세 번째 요소인 국민과의 거버넌스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공공재로서의 성격과 사유재로서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로는 경합적이기는 해도 공공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 가장 중요한 재화의 공익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도로가 혼잡하여 대부분의 이용자들에게 이용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로의 수요대비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전체 도로의 혼잡이 가중됨으로써 공공재인 도로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도록 도로 요금의 시간대별 차등부과 등의 교통수요관리 정책을 통해 도로의 공익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도로의 무임 승차자를 제한하고 한정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유료도로로 운영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국민들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형평성 또는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 어쩔 수 없이 배제성을 갖는 유료도로의 경우 또한 공공재의 고유성격인 비배제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전국 도로망의 지역분포를 고려하여 국민들이 유료도로와 무료도로를 이용함에 있어 접근성이 지역별로 차이나지 않게 조정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준공유재이면서 공유자원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도로는 어쩔 수 없이 공공에서 도로공급을 해야 하겠지만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인 국민들과 협의하면서 함께 공급규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경제적인 투자 효율성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도로공급 규모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있지만 도로이용자들이 혼잡으로 인해 어느 정도 이상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또한 이러한 부분을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나 교통수요관리 정책과 함께 도로공급 정책으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유정복 _ yjb@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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