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7-26 09:17
해밀턴 프로젝트가 주는 교훈 (제129호)
조회 :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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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국책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이들은 새로운 정책개발에 기여하기 위해 정책당국자들과 협업을 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항상 기존의 정책과는 다른 새로운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강하게 요구받는다. 요즈음 인터넷 등의 발달로 과거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해외의 정책동향이 실시간으로 수집 · 정리되는 관계로 다양한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배경이 되는 그 국가의 사회문화적 고유성 등의 이유로 바로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거나 어느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책과 차별화된 우수성을 발견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새로운 정책개발 요구에 필자가 최근 선호하는 것은 과거 10여년 전 발표되거나 검토된 사례 중 아직 체화하지 못한 정책이나 도입되지 못한 사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 특히 경기에도 순환주기(cycle)가 있듯이 정책의 기본가치나 방향성에 관해서는 10여년 전의 사례가 새로운 통찰(insight)을 제공하곤 한다. 그 일례로 최근 본인에 게 유효한 인상을 준 자료의 하나로 ‘해밀턴 프로젝트, 기회와 번영, 성장을 위한 경제전략1)’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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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프로젝트의 주요내용 

미국내 싱크탱크로 잘 알려진 브루킹스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로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차관 로저 알트만 등에 의해 작성되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을 역임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름을 딴 보고서로 미국 경제정책이 견지해야 할 기본원칙과 방향, 주요과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 발표 당시의 미국 경제의 현실 진단과 처방이 한국적 상황과 동조화(coupling)되었다는 평가가 많아 주목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폭넓은 계층의 국민을 포괄하는 경제성장, 사회안전망의 강화, 효율적인 정부의 역할 등 3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폭넓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 노동, 혁신과 인프라, 저축 및 사회보험, 효과적인 정부 등 4가지 정책기조하의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제안2)하고 있다. 

각론의 정책 아이디어가 모두다 현 상황에 부합할 수는 없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해석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인프라 등 SOC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 이러한 시장실패가 발생할 영역에서의 효율적인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는 점이 새삼 다가왔다. 큰 정부, 작은 정부의 이분법적 논란을 넘는 효율적인 정부, 즉 ‘할 일은 하는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 또한 SOC투자가 바로 정부의 중요한 할 일 중 하나라는 점이다. 

SOC투자는 대규모의 예산이 수반되는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다양한 평가체계를 통해 투자결정을 하게 된다. 다소 엉뚱하 지만 과연 그러면 할 일은 해야 하는 정부의 SOC투자를 위한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시스템, 특히 투자평가체계는 현 시점에서 재점검할 필요는 없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았다. 혹시 투자평가체계의 재점검을 통해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할 일은 제대로 하도록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효율적 정부와 의사결정 Protocol의 적정성 

공공SOC의 재정투자평가를 위한 대표적 의사결정 Protocol로 우리는 ‘예비타당성(예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결정의 수문장(gate keeper)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제도로 재정효율화에 기여한 점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그러나 기본적 정부의 역할인 SOC투자의 공적·사회적 가치를 현 예타가 모두 엄밀하게 평가할 수 없음에도 우리는 너무 쉽게 예타를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솔직히 예타 제도를 통해 관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자 중 제도 속에 녹아있는 수많은 기술적·정책적 쟁점을 종합적이고 균형있게 해석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에 항상 의문이 있다. B/C가 얼마냐, AHP가 0.5를 넘느냐 등 너무도 쉽게 해당 과정과 단계별 쟁점보다는 결과만을 과소비하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해 볼 대목이다. 

교통수요분석만 해도 그렇다. 국가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료에 기반하여 한다고는 하지만 8만여개의 링크, 최소 6만개 이상의 셀로 구성된 행렬, 각 단계별 전제하고 있는 수많은 조건식의 파라미터, 원단위와 가정 등 기술적 이슈를 나열하라고 하면 밤을 셀 수 있을 정도다. 4단계 모형이라는 정적 집계모형의 한계, 그나마도 마지막 배정단계에 집중되는 경향, 특정 분석 프로그램과 이를 운용하는 전문가 시장의 협소함과 인력양성의 불안정한 구조 등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및 분석기법의 고도화 등에 대한 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사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이런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분야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가 더 반갑다. 또한 수요분석의 최종 산출인 교통량에 집중하고 소수의 설문조사에 기반한 AHP 결과로 판정되는 구조와 0.5라는 한계값을 넘기 위해 각 대항목별 가중치의 유불리에 따른 임의적용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는지 하는 우려도 있다. 도로사업만 해도 그렇다. 최근 도로사업의 B/ C가 좀처럼 1.0이라는 기준을 넘는 사업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혹시 도로투자는 적절하지 않은 한계산업이다라는 선입견을 형성하는 데, 소위 확증편향에 기여한 측면은 없을까? 이로 인해 형성된 1.0이라는 수치에 종속되어 예타의 대변화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행동경제학에서 언급되는 닻내림효과(anchoring effect)에 의거한 경로 의존적 의사결정 행태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용기가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아닐지 말이다. 


변화의 방향성 논의 필요 

초 예타의 취지가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한정된 투자재원 하에서 분야간 투자배분의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도입되었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 즉 , 재정당국은 국가재정운용의 큰 틀에서 각 부문별 재정의 총량에 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부문간 투자우선순위를 제어하면 되고 각 부문에서는 다양한 투자사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요소들에 대해 다양한 토의를 통해 투자의 여부를 채크하는, 이른바 리스크 워크숍(risk workshop) 형태의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나 의사결정 Protocol이 더 미래 지향적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예타관련 최고 전문기관인 PIMAC의 전문가들이 이러한 위험요소의 체계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보다 더 많은 정책적 함의들을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국비 매칭 시스템의 재구조화도 강조하고 싶다. 국비 의존적인, 무분별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예산요구 관행은 지양되어야 한다. 비용대비 투입효과의 크기를 단순 비교하는 효율성(efficiency) 중심의 방식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자사업의 목적성을 명확히 하고 목표달성 정도가 투자대비 효과적인지를 판단하는 효과성(effectiveness) 중심의 방식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이러한 효과성에 기반한 예산요구가 정착되어야 한다. 투자사업의 목적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요구자는 참여기회에 제한을 두는 등의 환류(feedback) 장치를 통해 상호신뢰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각종 정보와 기준, 과정과 절차의 공개성을 강조하고 싶다. 


고용석 _ ysko@krihs.re.kr 




1) 브루킹스 연구소 로저 알트만 외(2006.4)의 영문버전을 KDI에서 2006.7 에 국문으로 번역하여 소개하였음. KDI는 당시 한국적 상황과의 유사성, 정책적 시사점 등을 별도로 정리하였고 본 글도 국문을 읽고 필자가 나름 대로 해석한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힘 
2) 필자가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를 조회한 바로는 해밀턴 프로젝트 관련 정책 및 자료가 갱신되어 업로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하나의 주제로 10여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깊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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