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5-18 15:15
아시안고속도로 1호선 한반도 연결 (제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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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고속도로 개요

아시안고속도로 1호선은 대한민국 부산에서부터 서울, 신의주, 단동을 거쳐 중국대륙을 관통하고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신실크로드를 가리킨다. 다만, 동아시아 종점부인 한반도의 분단이 전체 노선의 완결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본 칼럼의 목적은 어떻게 하면 아시안고속도로 1호선을 완결하여 섬처럼 떠있는 대한민국을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있다. 북한지역을 통과하는 도로, 철도 계획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여러 차례 검토되었지만,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적극적으로 진행되다가 관계가 악화되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최근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개선 조짐이 다시 북한지역 도로건설계획의 희망을 싹틔우고 있고, 그 중 서울-신의주간 고속도로가 단연 인기있는 주제이다. 하지만, 과거 검토했던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앞으로 있을지 모를 또다른 외적 변화에 저항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신의주간 고속도로라는 명칭이 우리 민족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분단된 조국을 다시 연결하는 생명줄의 복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적 접근은 오히려 사업의 추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고속도로 이름은 통상 시종점만을 따서 붙이지만, 노선이 경유하는 모든 도시를 연계하는 기능을 가진다. 즉, 서울-신의주간 고속도로는 개성, 평양 등 경유도시들을 모두 연계하는 물리적 소통을 생성한다.

하지만 북한은 주민의 이동이 자유롭게 보장된 국가가 아니다. 폐쇄된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지역간 자유통행이 제한되며, 정부당국도 물리적 도로연계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과거 북한이 도로가 아닌 비교적 통제가 쉬운 철도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정치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신의주간 고속도로’와 같이 상징성 있는 노선명은 재고해야 한다. 도로의 기능과 의미를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남북을 연결하는 기능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역할에 좀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명칭이 아시안고속도로 1호선이다. 다만, 일부 구간에 전체 명칭을 붙이는 것에 무리가 있으므로, 검토대상 노선에 대한 공식명칭으로 ‘아시안고속도로 1호선(서울-단동 구간)’ 또는 ‘서울-단동간 고속도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은 서울-단동간 고속도로의 주 이용자를 남북한 주민에서 중국 동북3성 주민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게 한다. 물론, 북한 내 통행수요와 남북한 교통수요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통행은 대부분 물류에 집중될 것이고, 원활한 물류처리를 위해 북측 서해안을 따라 지정된 경제특구들을 최단거리로 연계할 수 있는 계획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선선정 및 타당성 검토

사업의 추진은 전적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며, 이를 위한 노선선정 원칙은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서울과 단동을 잇는 최단거리 고속도로의 건설이다. 서울에서 단동까지 최단거리는 372km이고 놀랍게도 부산까지 고속도로거리 409km보다 가깝다. 남한-동북3성간 통행수요를 유발하고 육로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최단거리 고속도로의 건설이 필수적이다. 북한은 토지가 국가에 귀속되어 있으므로 이를 달성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원칙은 북한 경제성장에 필수요소인 경제특구와의 원활한 연계이다. 하지만, 북측이 서해안에 설정한 10곳이 넘는 경제특구를 모두 경유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성공단처럼 경유하더라도 첫 번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특구들에 대해서는 교차로(I.C)계획을 미리 세워 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접근도로 건설사업은 각 특구 사업의 진척정도에 맞추어 개별 특구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단동간 고속도로 타당성은 우선 교통수요 확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통수요가 있어야만 투자자를 모을 수 있고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이는 전 세계 어느 고속도로에서도 통용되는 논리이다.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위험하며 현실 수요를 기반으로 국제 투자가 유치돼야 한다. 개성공단도 국제 투자지분이 있었다면 쉽게 폐쇄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의 현실 교통수요 기반은 중국과 남한이다. 1억이 넘는 인구가 동북3성에 거주하고 있고 이들의 소득수준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2016년 중국 관광객수는 연간 800만이 넘었고, 중국 내 인구비례로만 따져도 동북3성발 관광객수는 연간 60만 수준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항공에 비해 저렴한 육로 버스관광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한편, 더 큰 수요원천은 남한에 있다. 수도권 주민 입장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불과 3시간대로 중국 단동에 도달한다면, 주말여행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또 한 가지 유리한 점은 중국단동에서 장춘, 대련, 심지어 북경 등 중국 주요도시들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망이 이미 완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일반적인 고속도로에서 교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구간 통행이 서울-단동간 고속도로에서는 전무하다. 하지만, 이 부족분을 감쇄하고도 남을 결정적인 요소가 있다. 남북분단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서울-단동간 고속도로에서 비싼 통행료를 징수하는 데 대한 명분을 줄 수 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북한지역을 관통해 중국으로 여행하는데 통행료가 비싸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서울-부산 승용차 통행요금인 26,000원의 4배인 100,000원을 받더라도 승객 1인당 부담은 KTX 서울-부산 요금(59,000원)의 40%수준(24,000원)으로 크지 않다.

이 사업은 국제 또는 국내 정치판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운영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남한을 포함하여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국제민간자본이 투자되어야 한다. 전세계 SOC 투자에서 보기 드문 과감한 요금정책을 통해 국제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사업추진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북한당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사실상, 제안한 사업추진 방식이 북한이 원하는 방식이라는 담보는 없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로보다는 철도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북한 입장도 확인한 바 있다. 북한은 북미문제 해결 후, SOC 구축비용을 국제은행으로부터의 저금리차관 또는 일본정부로부터 받는 일제강점 보상금으로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 입장에서 직접민간투자는 면밀히 검토할 대상이다. 북한은 도로 부지비용, 인건비와 통행료 수입의 일부를 가져가게 될 것이고, 이는 국제 투자자들의 이윤확보와 맞물려 있다. 사업성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남한 내 반대 세력들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남한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므로 퍼주기 논란에서는 자유롭다. 그렇다하더라도, 가능하다면 고속도로 사업에서 창출되는 북한 측 이득이 북한 내 다른 SOC 사업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담보가 필요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내 영토를 400km 가깝게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서독에서 동독지역을 통과하여 서베를린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운영했던 경험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사업비 증액에 문제가 없다면 빈번한 주민접촉이 예상되는 구간들을 방음벽으로 감싸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소결

서울-단동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아시안고속도로 1호선의 완결차원에서 국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 사업의 성공은 지리적으로 고립된 일본으로 하여금 한일 해저터널을 뚫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 때 우리는 통행료만 받으면 된다.

북한영토 통과라는 부담을 높은 사업성으로 승화시키는 묘안이 필요하고, 남북한 모두를 통틀어 정치적인 개입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가능성은 북미관계의 정상화 여부에 달려 있다. 조만간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할 뿐이다. ▣

손기민_kmsoh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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